소녀상 앞 집회장소 두고 반일행동-자유연대 장시간 대치
집회 제한 풀리자마자…정의연 수요시위서 진영 충돌(종합)
'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로 서울 시내 집회·시위 인원 제한이 풀리자마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알리는 '수요시위'를 둘러싸고 진영 간 충돌이 재연됐다.

집회 제한이 풀린 후 첫 수요일인 3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매주 수요시위를 열던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부근에서는 보수 성향 자유연대와 친일세력 청산을 주장하는 반일행동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반일행동 측 청년 10여 명은 이날 아침부터 '일본군성노예문제 완전해결'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확성기로 "친일반역세력이 이곳을 떠날 때까지 여기서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외치며 소녀상과 가까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유연대는 인근에 확성기가 달린 차를 주차해놓고 확성기로 "남의 집회 장소를 왜 차지하고 있느냐. 집회를 방해하는 반일행동 개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민사소송할 것"이라며 맞불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자유연대 측 구역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피켓을 든 유튜버와 1인 시위자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반일행동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동안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양측 간 물리적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은 이날 4개 부대 약 240명의 경력을 현장에 배치하고 소녀상 주위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했다.

또 중간에 완충지대를 두고 양측을 분리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대치가 이어지자 "반일행동은 자유연대가 신고한 집회 장소 밖으로 이동해 공무집행에 협조해달라"고 방송을 반복했다.

집회 제한 풀리자마자…정의연 수요시위서 진영 충돌(종합)
정의연이 정오부터 원래 장소에서 1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제1천516차 수요시위를 시작하자 소란은 더욱 커졌다.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이들은 수요시위 장소 바로 옆에서 스피커로 노래를 크게 틀고 욕설, 비난을 쏟아냈다.

한 남성은 일장기와 태극기를 들고 흔들며 '정의연 해체',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다가 경찰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피켓을 든 이들이 집회를 방해하자 일부 수요시위 참석자들은 '일본정부 공식사죄 법적배상'이 적힌 피켓을 들고 맞섰다.

이런 소란 속에 약 1년 4개월 만에 재개된 대면 수요시위에는 70여명이 참석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주간보고에서 "극악한 구호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언어들로 피해자들의 멍든 가슴을 다시 후벼 파고 있는 현장을 보라"며 "이곳 평화로를 전쟁 아닌 전쟁터로 만들고 있는 저들이 바로 수요시위의 정신이 살아있어야만 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자유연대는 정의연 관련 후원금 횡령·회계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5월 말부터 종로경찰서 집회 신고 접수처에 '불침번'을 서면서 자정이 되면 곧장 집회 신고를 하는 식으로 수요시위 장소를 선점해왔다.

코로나19로 집회·시위 인원이 제한되면서 정의연은 기자회견 형식으로 소녀상 앞에서 수요시위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달부터 자유연대가 다시 이곳에서 집회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소녀상을 중심으로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