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기 아이원스 대표가 반도체장비용 부품 제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아이원스 제공
이문기 아이원스 대표가 반도체장비용 부품 제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아이원스 제공
체임버(chamber)는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를 가공하는 공간이다. 체임버 안에서 특수가스를 활용해 웨이퍼에 박막을 씌우거나 패턴에 맞게 가공 작업을 한다. 경기 안성에 있는 코스닥시장 상장사 아이원스는 체임버를 국산화한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표 기업 중 한 곳이다. 글로벌 1위 반도체 장비기업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가 핵심 고객이다. 이문기 아이원스 대표는 “내로라하는 고객사들이 선전한 데 힘입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고객사와 신제품이 함께 늘어나고 있어 실적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이원스는 반도체 장비용 부품을 제조하고 코팅·세정하는 업체다.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난 7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50억원으로 240% 늘어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기에 이어 3분기(누적), 연간으로도 호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주 증가와 비용 감소가 첫째 비결로 꼽힌다.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경영하던 3년 전과 비교해 판관비가 200억원 이상 줄어든 게 좋은 예다. 이 대표는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며 “일감이 늘어나고 있어 회사가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거래 기업과 신제품이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 대표는 “새롭게 개발한 반도체 부품에 대한 고객사 평가가 고무적이어서 예상보다 빠르게 공급을 시작할 것 같다”며 “기존 품목은 사가려는 고객이 늘어나는 한편 기존 고객에게 추가로 신규 부품 공급을 준비하는 등 신사업도 가시화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장비용 부품 제조는 물론 세정, 코팅 등 모두 직접 소화할 수 있는 게 최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체임버 자체 및 구성품을 제대로 제작하고 코팅해야 반도체 장비 부품의 내구성을 높일 수 있는 데다 불순물이 생기는 걸 막아 수율(불량률 반대)을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원스는 이 대표가 1993년 창업한 동아엔지니어링이 전신이다. 2005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지금 사명으로 바꿨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지속 성장 기반을 다진 뒤 2015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위임했다가 2019년 말 지휘봉을 되찾았다. “자칫 회사가 위험해질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이 대표는 “당시 회사가 이상하다는 건 직감적으로 느꼈지만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이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정기 세무조사가 약이 됐다. 조사 결과 전문경영인인 전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 대표는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개선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너 기업인으로서 반도체 장비 부품·소재 국산화에만 매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회사는 2019년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 격려 방문한 소부장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연간 매출 160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안성=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