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3대 지수가 2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뉴욕증시 상장사들이 연달아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 발표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날 투자자들은 관망보다 ‘행동’을 택했다.

뉴욕증시 불지른 'TINA'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39%(138.79포인트) 오른 36,052.63으로 마감하며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다우지수가 36,000선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우지수는 지난 1월 31,000 고지를 밟은 뒤 10개월 만에 5000포인트 올랐다. S&P500지수는 0.37%(16.98포인트) 상승한 4,630.65, 나스닥지수는 0.34%(53.69포인트) 오른 15,649.60으로 장을 마쳤다.

기업 실적이 호재로 작용한 결과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전까지 실적을 공개한 S&P500 기업 중 83%가 월가 추정치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냈다. 팩트셋이 집계한 S&P500 기업들의 3분기 이익 증가율(추정치 포함)은 36.6%로, 2010년 이후 세 번째로 높다. 세계적인 공급망 교란, 인플레이션 등 악재가 기업 실적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한 유동성이 증시로 몰렸다는 평가다.

FOMC 정례회의가 끝나기 전날 뉴욕증시가 들썩인 것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Fed의 내심이 공개되기 직전에는 보통 관망세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Fed는 3일 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작과 종료 시기 등이 제시될 전망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한 힌트를 얼마나 줄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 외 대안이 없다’는 TINA(There Is No Alternative) 모멘트가 왔다”고 평가했다. TINA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유명한 발언인 “대안은 없다”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월가에서는 채권 등 다른 투자 자산이 매력을 잃고 주식이 각광받는 분위기를 표현할 때 쓴다. 역사적으로 11~12월 증시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1936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11월과 12월의 증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고운 기자/뉴욕=조재길 특파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