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진이 '위드 코로나' 우려하는 까닭
지난 1일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본격 시행됐다. 지금 우리는 4차 유행의 정점에 있다. 4단계 방역 조치 이후 약 3개월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지속했음에도 하루 확진자 수는 크게 줄지 않고 2000명을 웃돌고 있다. 대유행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기간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곧 5차 대유행이 올 것이라고 한다. 5차 대유행이 닥치면 하루 몇만 명의 확진자가 생겨 더 이상 방역 조치가 의미 없어진다. 의료체계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도 응급실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병원이 배정되지 않아 지연이 심해지고 이송 준비 및 전원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이런 문제점 개선 없이 5차 대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의료진은 깊이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는 필요한 의료 자원을 모두 확보했다고 자신하는 것일까? 대부분 전문가는 의료기관들이 5차 대유행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코로나 병실을 마련하라고 지침이 내려왔지만 건물 자체가 음압설비에 적합하지 않은 병원이 있고, 그렇게 확보한 병실에도 실제 환자를 볼 의료진이 부족하다.

국민이 코로나에 피로감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만큼 의료진도 극심한 피로를 호소한다. 마스크가 불편하다고 하지만 의료진은 긴 시간 동안 갑갑한 보호구를 입고 벗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확진자 한 명이 나오면 하루 걸려오는 통화만 수백 건이 넘는 등 방역부터 행정까지 의료진의 부담이 굉장히 커졌지만 적절한 보상은 없다.

코로나 확진자라도 다녀가면 진료 중단, 의료진 격리, 병동 폐쇄 등이 발생한다. 손실보상 조건도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손해를 그냥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보상도 되지 않고 안전장치도 부족하니 의료계에서는 ‘번 아웃’ 이야기까지 나온다.

자영업자들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었고, 국민들은 피로도가 높아졌다.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고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가 마스크도 쓰지 않는 완전한 일상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확진자 수를 봐도 그 위험성을 알 수 있다.

방역 완화는 숫자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감염신뢰버블’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함께 밀접하게 생활하는 이들 중 개인 방역 수칙을 잘 지킴으로써 형성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그룹을 의미한다. 매일 함께 일하는데 4명 이하라는 규제를 두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가족도 인원 제한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필요한 교육과 회의는 방역을 준수한다는 전제하에 진행돼야 하며 가족 내의 불필요한 규제도 풀려야 한다.

다만, 감염신뢰버블 밖에서는 마스크 쓰기와 손 위생을 철저히 하는 등 개인 방역을 더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숫자와 시간제한, 업소에 따른 방역이 아니라 개인·집단방역 수칙을 명확하게 하고 업종별 방역 수칙도 세세하게 정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 도입으로 고려할 상황이 많지만 미리 축배를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의료 자원은 한정돼 있다. 의료 자원이 고갈되고 병상과 중환자실이 포화상태가 된다면 이것이 바로 예상된 재난 상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