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고삐가 조여드는 가운데 최근 시장금리도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실수요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금융상품 문턱마저 높아지고 있다. 보금자리론·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를 공급하는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9월 이후 대출 재원 마련을 위한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물량을 급격히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빠듯한 총량 규제에 묶인 은행은 보금자리론을 이용한 잔금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규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보금자리론으로 잔금을 마련하려던 수요자의 대출이 막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표 정책 모기지인 보금자리론은 소득이 연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6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분양가가 낮은 공공분양 아파트의 경우 집단대출도 보금자리론으로 받을 수 있지만 지난 9월 이후 취급이 급격히 줄었다.

은행은 보금자리론을 공급하는 주택금융공사가 MBS 발행 물량을 확 줄인 여파라고 설명한다. 보금자리론 같은 정책 모기지는 은행이 일단 대출을 내주면 공사가 통상 3개월 후 해당 채권을 넘겨받아 이를 담보로 MBS를 발행해 대출 재원을 조달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은행은 단순 창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단 채권을 넘기면 은행의 대출 총량에서 그만큼이 빠진다. 지금처럼 대출 총량이 묶여 있는 상황에선 채권을 제때 넘기지 못할 경우 다른 대출 상품을 취급할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올 들어 8월까지 MBS를 월평균 3조3000억원씩 발행해온 주택금융공사는 9월 2조2481억원, 10월 1조7800억원으로 발행 물량을 확 줄였다. 11월에도 1조7000억원만 발행하기로 했다. A은행 관계자는 “매달 넘어갔어야 할 대출 1000억~3000억원 정도가 대출 총량에 그대로 남아 있다 보니 대규모 보금자리론은 물론 일반 대출도 취급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최근 채권금리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이 극심해 발행량을 줄였다”며 “연말까지 MBS 발행을 조정해 올해 공급된 정책모기지 금액만큼은 전량 양수하고 은행권 대출 총량 관리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가’ 전세를 사는 세입자의 전세자금대출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세대출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은 임차보증금이 평균을 넘는 전세계약에 대해서는 대출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임차보증금에 관계없이 최대 5억원까지 전세대출 보증을 해왔지만 앞으로 보증금에 상한을 두겠다는 것이다. 현재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임차보증금이 5억원(수도권) 이하인 경우에 한해서만 대출 보증을 제공하고 있지만 SGI서울보증은 이런 제한이 없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취약계층에 전세대출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라면서도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주택 구입이 어려운 무주택자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