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기사 제시하며 신문…검찰 관련 자료는 방증 자료만 있는 것 같다"
"야당 정치인에게 오는 모든 제보가 고발 사주란 말인가" 주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일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12시간가량 조사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진술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날 밤 조사를 마친 뒤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건물을 떠나며 취재진과 만나 약 20분가량 각종 의혹과 조사 내용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김웅 "공수처, 고발사주 단서는 '손준성 보냄' 하나뿐인 듯"
◇ "크게 결정적인 이야기는 없어…'저희' 해석은 억측"

이날 공수처는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 씨와의 전체 통화 내용을 제시하며 사실관계를 물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녹취록 내용을 전체적으로 다 봤고, 저쪽(공수처)에서 비교적 자세히 확보한 자료를 충분히 보여줘서 그 자료를 보고 '그때 당시 제 기억은 이게 맞는 것 같다' 정도로 진술했다"며 "크게 결정적인 이야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녹취록 내용 중 김 의원이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 보내겠다'고 말한 부분에 등장한 '저희'라는 표현이 누굴 지칭하는지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는 "제보자로부터 직접 가는 것이 아니라 받아서 주는 것이라는 취지인 것 같은데 저도 정확히 기억을 못하니 추정을 해 보는 것"이라며 "제보자 역시 여전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복수(複數)를 의미하는 것이지 고발 사주 주체까지 끌고 가는 것은 억측"이라며 "공수처 쪽도 방증 자료만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녹취록에 나오는 '저희'가 최소한 고발이 검찰발(發)로 진행된다는 뜻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녹취록에) 고발하고 항의 방문을 하러 갈 때 필요하다면 대검 측에 이야기해주겠다는 내용이 있더라"라며 "미리 대검과 협의됐다면 '사전 협의됐으니 걱정 말라'고 했겠지 대검에 얘기해 주겠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녹취록에 나온 '남부지검에 내랍니다'라는 발언에 대해선 "제보자 조씨도 '중앙지검으로 가면 안 되죠', '중앙지검장으로 가면 사건이 다 뭉개지죠'라며 관할에 따라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때 당시는 그런 취지였다"고 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채널A 이동재 전 기자를 녹취록에서 언급한 점에 비춰 검찰발 정보가 아니냐는 질문에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검언유착 의혹 내용은) 당시 법조계에서는 다 알던 이야기였고 여의도에서도 소문이 많이 났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여 의혹에 대해선 "고발 사주를 했다고 지목되고 있지만 그분의 연관성이나 직접적으로 나오는 부분은 전혀 없다"며 "조씨도 통화에서 (윤 전 총장 이름을) 꽤 많이 했는데 제가 얘기한 것만 끄집어낸 것으로, 과연 실체가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 "고발장 작성자·전달자 아직 특정 못한 듯…나도 기억 못해"

김 의원은 공수처가 녹취록 외에 각종 언론에 나온 기사를 제시하며 신문을 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공수처의 단서는 텔레그램상 꼬리표인 '손준성 보냄' 하나뿐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는 "그 내용만 보면 누가 작성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며 "공수처가 '손 검사가 직접 보낸 것 같냐 제삼자가 보낸 것 같냐'고 물어서 '기억했다면 이미 이야기하지 않았겠냐'고 답했다"고 했다.

특히 김 의원은 "누가 (고발장을) 만들었는지, 보냈는지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현재까지 수사로는 고발장 작성자나 전달 대상자가 여전히 '성명불상' 단계에 머무는 인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공수처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보좌진의 문자메시지의 작성 과정도 추궁했지만, 김 의원은 공수처가 착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보좌진이 직접 써서 보낸 것으로 알고 물어본 것 같은데 사실관계를 설명했다"며 "이 밖에 미진한 부분은 저도 다시 확인해서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텔레그램방 전체를 복원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김 의원은 "오늘 그런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며 "텔레그램방 생성 시점 등에 대한 이야기는 나왔는데 그것만으로는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야당 정치인에게 오는 제보는 제보자가 직접 하기 어려워서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해달라고 오는 것이고, 이는 당연히 고발해 달라는 이야기"라며 "이를 '고발 사주'라고 이름 붙이면 (정치권에 오는) 모든 제보는 고발 사주가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