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정책 동향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여국 정상들이 11월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켈빈그로브 미술박물관에서 열린 의장국 프로그램 행동과 연대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여국 정상들이 11월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켈빈그로브 미술박물관에서 열린 의장국 프로그램 행동과 연대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글래스고는 애덤 스미스와 인연이 깊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미스(1723~1790)는 열네 살 때 글래스고대에 입학했다. 옥스퍼드대에 유학한 그는 1751년 글래스고대로 돌아와 14년간 머물렀다. 스미스는 이때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시기”라고 회고했는데, 〈도덕감정론〉(1759년)을 집필한 것도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스미스는 이 책에서 사회질서란 인간의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그중에서도 공감(sympathy)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스미스가 살던 18세기 영국은 과학의 보급과 기술혁신, 경제발전 같은 번영의 시기인 동시에 격차와 빈곤, 전쟁과 재정난 등 사회문제도 공존했다. 1764년에 스코틀랜드를 떠난 스미스는 중농주의가 성행하던 프랑스를 둘러본 뒤 공업 생산이 부의 원천이라는 생각을 확고히 했고, 에든버러로 돌아와 〈국부론〉(1776년)을 저술했다. 그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저 두 권을 남겼는데, 키워드로 정리하면 ‘공감’과 ‘시장’이다.

기후 대응 전환점 만들어온 당사국총회

지난 11월 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된 이번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지구촌의 관심을 끌었다. 기후변화 대응에 미온적이던 미국이 이번 회의에 참석했고,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원국의 배출량 삭감 계획(NDC) 발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갈등 해소 ▲기후변화 기금 조성 ▲탄소 상쇄(carbon offset)를 위한 시장 메커니즘 도입 등을 핵심 이슈로 다루었다.

그동안 기후 위기 대응은 글로벌 차원에서 꾸준히 있어왔다. 1992년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기본협약(UNFCCC) 채택을 시작으로 1997년에 개최된 COP3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삭감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교토의정서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주요 38개국이 2008년부터 5년에 걸쳐 1990년을 기준으로 탄소배출량을 5.2% 감축하도록 약속했다. 하지만 교토의정서 당사국에는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이 빠졌고,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이 가입과 탈퇴를 거듭하며 유명무실해졌다.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COP21에서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당시 IPCC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하고,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로 억제하도록 노력하는 데 극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기후 위기는 몇몇 선진국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고, 모든 당사국이 함께 노력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그 결과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맺어졌다.

이런 가운데 2021년 8월에 발표한 IPCC(기후 변동에 관한 정부 간 패널) 6차 보고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5차에 걸친 IPCC 보고서에서는 인간 활동과 지구온난화의 관련성에 대해 ‘가능성’이라고 표현했으나 6차 보고서에서는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 보고서의 메시지는 현재 기후변화가 심각한 상황이며, 모든 국가·기업·사회는 앞으로 10년 안에 2030년 배출 감소 목표와 금세기 중반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 목표와 일정표를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해결책은 시장원리의 도입

COP26에서는 모든 국가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상승을 막기 위한 자국의 2030년 배출량 삭감 계획을 발표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처음으로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삭감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출한 것이다. 사실 이번 회의가 열리기 전 분위기는 우려가 상당히 많았다. 지난 7월까지 164개 당사국이 제출한 탄소감축 계획안의 합계는 참담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감축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회원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대비 16.3%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번 회의에서 주요 국가가 배출량 삭감 계획을 높이고 메탄가스협약 등을 맺은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COP26에서는 기온 상승을 1.5℃로 막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석탄의 단계적 폐지 가속 ▲산림 훼손 삭감 ▲전기자동차로의 전환 가속화 ▲신재생에너지 투자 장려를 의제로 다루었다. 또한 2주간에 걸쳐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적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 해소, 기후변화 기금에 대한 약속 등은 COP의 미래가 결코 순탄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 COP26은 몇 가지 성과가 있었지만 실효성 있는 기후온난화 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그중 실효성 있는 ‘파리협약 제6조’에 대해서는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이 조항은 회원국이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 메커니즘을 정책 수단 중 하나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시장 메커니즘은 온실가스 배출권의 국가 간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다. 나아가 자국에서 다 삭감하지 못한 CO2 배출량에 대해 세계 각지의 환경보전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충하는 탄소 상쇄도 논의되고 있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시장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인간만이 동물과 다르게 거래(bargains)를 한다. 어떤 개도 다른 개와 뼈를 교환하지 않는다.” 이번 COP26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글로벌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은 충분히 형성되었다. 그러나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이 탄소배출 삭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에서는 긴 합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COP26은 막을 내렸지만, 넷제로를 위한 긴 레이스는 새로운 십자로에 서 있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