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7역 소화 윤계상 "할리우드에서 보기 힘든 한국형 액션"
영화 '유체이탈자' 감독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단 공상이 시작"
교통사고를 당한 뒤 진짜 내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고,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또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깨어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오는 24일 개봉하는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고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육체로 영혼이 옮겨가는 국가정보원 요원 강이안(윤계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 영화다.

영문도 모른 채 모두의 표적이 돼 쫓기는 그가 진짜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10년 전 구상을 시작했다는 윤재근 감독은 4일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내일 아침에 다른 사람으로 깨어나면 좋겠다는 공상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소개했다.

"다른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고 1∼2년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지치고 길이 보이지 않았는데 문득 '매일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이걸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죠."
윤 감독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살아가는 것을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같은 장면을 윤계상(영혼)과 다른 배우(육체)가 연기하는 모습을 각각 촬영한 후 편집해 보여주는 식으로 유체이탈을 묘사하기로 했다.

일곱 사람의 몸에 들어간 강이안을 연기하기 위해 윤계상은 1인 7역을 소화해야 했다.

그는 "내 영혼이 여러 사람에게 들어간다는 소재가 재밌었다"며 "같은 역할을 하는 배우와 감정선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회의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독특한 설정 때문인지 '유체이탈자'는 개봉하기도 전에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확정되고 107개국에 판매되는 등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윤 감독은 "너무 기뻐 만세를 불렀다"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할리우드 리메이크는 소재의 힘 때문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영화 '유체이탈자' 감독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단 공상이 시작"
배우들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으로 '액션' 연기를 꼽았다.

강이안뿐만 아니라 박 실장(박용우), 문진아(임지연) 모두 국가정보원 소속이고 강이안을 쫓는 역할이기 때문에 총격, 맨몸, 차량 추격 등 다양한 액션 장면을 선보여야 했다.

이들 모두 대부분 장면에서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직접 연기에 임했다고 한다.

윤계상은 "처음에는 배우로서 몸을 잘 쓰는 걸 보여 드리고 싶어서 작품을 선택했는데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후회되더라"며 웃었다.

"우리나라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액션이 아닌가 싶어요.

할리우드 액션은 멋있긴 하지만 뭔가 비현실적인 데가 있잖아요.

'유체이탈자'는 타격감이 극대화된 느낌이에요.

시원하면서도 통쾌한 액션이죠."
예전부터 액션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다는 임지연은 "실감 나는 액션을 표현하고 싶은데 안전 문제가 있다 보니 유의하면서 촬영했다"며 "힘들었지만,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용우는 "몸을 쓰는 액션이 아니라 감정이 들어간 액션을 보여야 했다"며 "몸을 불리기 위해 밥을 산더미처럼 먹었다"고 했다.

윤계상 전작인 '범죄도시'를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악역을 소화한 박지환이 강이안의 유일한 조력자로 나오는 것도 재밌는 요소 중 하나다.

노숙자로 등장하는 그는 역할을 위해 실제 서울역에서 이틀간 생활하는 열정을 보였다.

박지환은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돼서 상대적으로 연기가 자유롭고 편했다"며 "'이런 역할은 이런 행복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