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보완재 시장 형성된 셈"
지난달 말 '오픈런'(백화점 문을 열기 전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을 통해 샤넬 WOC(wallet on chain)백을 구매한 김현지 씨(34·여)도 이 가죽 조각을 구매했다. WOC백은 지갑에 체인이 달린 형태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구매자가 많지만, 가방으로 쓰기엔 내부 공간이 좁은 편이다. 하지만 조각을 따로 구매해 지갑 내부 아래쪽에 밀어넣으면 밑판이 쫙 펴지면서 공간이 확보된다.
김 씨가 구매한 샤넬 WOC백 가격은 362만원, 밑판으로 쓰기 위해 구입한 해당 가죽 조각 가격은 3만원이다. 추가 구매한 체인쇼트너, 이너백 등을 포함하면 비용이 전체 비용이 370만원으로 올라간다. 별도로 8만원을 더 썼지만 김 씨는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밑판을 구매해 지갑을 가방으로 만든 셈이라 안 아깝다. 작은 샤넬 가방을 사려면 최소 500만~600만원 정도는 드는데 300만원대에 가방을 산 기분”이라고 말했다.
명품만큼 잘 팔리는 명품 보완재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처럼 명품 제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돕는 '보완재' 품목들 수요가 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 특히 샤넬 WOC 밑판, 루이비통 이너백 등은 "가방이 팔린 만큼 팔려나간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인기가 높다. 샤넬·루이비통 WOC백이나 미니백을 구입하는 이들의 경우 추가로 체인쇼트너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체인쇼트너는 가방에 달린 금속 체인을 중간에서 한번 연결해 끈 길이를 조절해주는 제품이다. 이들 명품 가방의 줄 길이가 국내 소비자 평균 키에 비해 길다는 지적이 많다. 줄 길이 조절 제품을 별도 주문하는 사람이 늘면서 체인쇼트너를 대량 제작해 판매하는 쇼핑몰도 여럿 생겼다.온라인 명품 커뮤니티에선 체인쇼트너를 활용해 가방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공유하곤 한다. 가령 "체인쇼트너를 체인 중간에 4~5개 연결하면 크로스백을 숄더백으로 멜 수 있다" 등의 조언이 올라오는 식이다.
빅 백을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이너백을 많이 구입한다. 명품 이너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브랜드도 생겨났다. 명품 가방 내부에 주머니, 칸막이 등이 부족해 수납 기능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늘면서다. 가방 내부를 한 번 감싸 오염에서 보호해주는 기능도 있다. 주로 펠트 원단을 사용하거나 저품질 부직포나 종이를 가공해 만든 제품이 대다수지만 금액은 3만원대부터 최대 7만원~8만원대로 결코 저렴하지 않은 편이다.
"합리적 소비 아냐…명품 선호 현상 잘 보여줘"
명품 보석 시장에서도 보완재 제품 인기가 높다.웨딩 혼수로도 인기가 많은 반클리프앤아펠의 스위트 알함브라 목걸이는 작은 사이즈로 무난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잘 팔리지만, 그만큼 목걸이 줄 길이가 짧다는 불만도 많다. 이 때문에 매장에서 21만원가량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줄 길이를 늘려준다. 시중 귀금속 매장에선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 전용 연장 줄을 4만~10만원대에 파는 경우도 있다. 이 목걸이 가격은 보석 소재에 따라 200만~490만원 정도로, 줄을 연장할 경우 최대 500만원 이상이 든다. 이 같은 명품 보완재 시장의 유행은 최근의 명품 선호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명품에서 불만족스러운 요소가 있을 경우 대체 상품을 찾기보단,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별도 제품을 돈을 들여 구매해서라도 명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얘기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품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명품 시장에서만큼은 다른 소비 성향을 보인다"며 "불만족스러운 점은 보완 상품을 구매하면서까지 특정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 소비 트렌드와는 역행한다. 명품이 워낙 인기를 얻다보니 이같은 독특한 현상이 생겼고 새로운 시장까지 생겨난 셈"이라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