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들에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의미가 각별한 작품이다. 악성(樂聖)이라 불리는 베토벤의 음악성을 온전히 훑을 수 있어서다. 베토벤은 일생에 걸쳐 피아노 독주곡을 쓰며 자기 개성을 드러냈다. 피아니스트들에게는 평생 걸쳐 한 번은 완주해야하는 작품으로 불린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최희연, 3년만에 다시 무대 위로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최희연(50·사진)도 전곡 완주에 도전하고 있다. 3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라 베토벤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오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최희연 베토벤 소나타 리사이틀'을 연다. 지난달 28일 내놓은 새 음반 '베토벤-더 그레이트 소나타' 발매를 기념한 음악회다.

공연에서 최희연은 음반에 수록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8번(템페스트)'와 '피아노 소나타 21번(발트슈타인)'을 비롯해 22번과 31번을 들려준다.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2번은 짧은 곡이지만 베토벤만의 DNA가 담긴 레퍼토리다"라고 선곡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완주에 나선 건 이번이 두 번째. 최희연은 2002년부터 4년동안 베토벤이 남긴 피아노 소나타를 완주했다. 베토벤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다. 동시에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했다.

그는 2015년부터 두 번째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섰다. 2018년 그는 클래식 레이블 데카를 통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8·26·27·30번'을 녹음해 발매했다. 이번 음반에는 18번과 21번 그리고 23번을 담았다. 최희연은 "세 곡 모두 베토벤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이다"라며 "위대한 소나타이자 동시에 서정성이 담긴 곡들"이라고 설명했다.

평생 한 번 하기 어려운 완주를 또 다시 나선 이유는 뭘까. 최희연은 과거와 달리 음악을 해석하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그는 "10년이 지나 다시 베토벤 악보를 꺼내들었는데, 베토벤에 다가갈수록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졌다"라며 "악보 외에도 베토벤 관련 문헌을 연구했다. 분석을 하고나니 베토벤을 해석하는 데 있어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최희연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에 17곡 녹음을 마쳤다. 내년에 두 차례 정도 녹음할 계획이다. 그는 "아직 녹음하지 않은 곡들 중에서 네 다섯 곡은 가벼운 레퍼토리라서 녹음이 한결 수월할 것 같다"라며 "무리해서라도 2023년까지 모든 녹음을 마치고 싶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녹음일정을 무리해서 세우는 거라고 했다. 그는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라는 과분한 호칭을 붙여준 관객들에게 보은하는 방법이다"라며 "음악가로서 남길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이 바로 전곡 녹음"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