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아리수갤러리에서 최원선 개인전 'Cherish'가 열리고 있다. 도자기에 판화의 에칭 기법을 접목한 세라칭(Ceraching, Ceramic+Etching) 기법으로 그린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다.
최 작가는 도판에 물감을 바르고 뾰족한 도구로 반복해 긁어낸다. 가는 선들을 수없이 그어 작품을 만드는데, 스케치를 수정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매번 극도의 신중을 기해 선을 그어야 한다. 그 뒤 유약을 입히고 1250도의 고온에 구워낸다. 이 과정에서 유약이 말리거나 도판이 깨져 작품을 못 쓰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과정을 견뎌낸 작품들은 특유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갖게 된다. 최 작가는 "도자회화는 수백년간 그 색과 빛깔이 변하지 않고 유지될 정도로 오래 보존할 수 있다"며 "소중한 것을 보관하듯 그려 담아놓기에 좋은 기법"이라고 소개했다. 오래된 건물과 고궁, 유물 등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천사지10층석탑을 그린 작품에는 세월의 풍파에도 여전히 사람들을 압도하는 특유의 아름다움을, 경회루 작품에는 단아함을, 경복궁 지붕의 잡상에는 일견 어설프면서도 친근한 잡상들의 매력을 담았다. 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유난히 가마에서 작품이 변형되거나 갈라지는 일이 많았다"며 "힘들게 준비한 만큼 전시에 애착이 많이 간다"고 했다. 그 어려움을 견디고 태어나 오랜 생명을 얻은 작품이라서인지 수 십 센티미터 남짓한 크기의 작품들에서는 실물 못지 않은 장엄함이 뿜어져 나왔다. 전시는 오는 9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