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담배 피웠다가 폐암"…담배회사 계속 승소하는 이유 [법알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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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폐암 및 후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A 회사가 생산한 담배를 20년간 핀 것이 원인으로 판단됩니다. 문제의 A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손해배상청구란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를 입었으니 이를 배상해 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이다.
국내에서는 흡연자의 질환과 관련해 담배회사의 잘못이 인정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4일 엄정숙 민사전문 변호사는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었다가는 패소하고 소송비용까지 물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담배로 인해 암이 발병할 경우 지출한 의료비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다"며 "개인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엄 변호사는 "담배회사가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려면 ‘위법한 행위로 손해’를 끼쳐야 하는데, 경고 문구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위법한 행위가 된다"면서도 "반대로 경고문구 등을 표시하여 ‘필요한 조치’를 했다면 불법으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민법 제750조는 불법행위를 규정한 조항이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위법한 행위'로 손해가 가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소비자기본법 제19조 1항은 사업자의 책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사업자는 물품 등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필요한 조치’란 담배회사가 담뱃갑 등에 표시한 경고문구 등을 뜻한다.
실제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다가 불법행위·소비자기본법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판례가 있다(2014가합525054 판결). A 회사가 생산·판매한 담배를 20년간 피운 B는 폐암 및 후두암의 진단을 받았다. B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지급받아 의료비를 충당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 담배회사는 불법행위가 없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 회사의 담배생산·판매행위는 민법 750조 불법행위책임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폐암 등이 발생한 손해와 담배생산행위(불법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1976년부터 담뱃갑 등에 표시한 경고 문구의 내용에 비추어 담배 위해성과 중독성에 관하여 설명, 경고, 홍보 등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고 판결했다.
즉, 담배회사는 소비자기본법에서 정의하는 ‘필요한 조치’를 다 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만약 기업의 불법행위 혹은 소비자기본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까. 엄 변호사는 "회사의 불법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령에 따른 필요조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만일 담배회사가 담배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는 등 소비자기본법을 위반하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소송으로 담배회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자 국회는 담배 규제와 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흡연자가 담배로 인해 병에 걸렸거나 악화했다는 의학적 상관관계가 입증되면, 해당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1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내 담배 소송이 피해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감수하게 하고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하자 "법리를 극복할 전략이 필요하다.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풀 법률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공단은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2월 패소했다. 법원은 흡연이 자유의지이기 때문에 폐 질환과 직접적 인과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단은 해당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국내 담배 소송은 엄격한 증명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전적으로 부담해 모든 피해를 피해자가 감수하게 하고 담배회사들에는 면죄부를 줬다"며 "사법부가 더 합리적이고 타당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공정한 잣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법을 극복할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강 의원은 이와 관련 '담배책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담배 제조업자가 담배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법안에는 기존 제조물 책임법보다 담배 결함을 확대하고 피해자들의 증명 책임은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담배회사가 결함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아 흡연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상당 기간 이후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는 10년으로 규정된다.
도움말=엄정숙 민사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손해배상청구란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를 입었으니 이를 배상해 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이다.
국내에서는 흡연자의 질환과 관련해 담배회사의 잘못이 인정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4일 엄정숙 민사전문 변호사는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었다가는 패소하고 소송비용까지 물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담배로 인해 암이 발병할 경우 지출한 의료비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다"며 "개인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엄 변호사는 "담배회사가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려면 ‘위법한 행위로 손해’를 끼쳐야 하는데, 경고 문구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위법한 행위가 된다"면서도 "반대로 경고문구 등을 표시하여 ‘필요한 조치’를 했다면 불법으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민법 제750조는 불법행위를 규정한 조항이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위법한 행위'로 손해가 가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소비자기본법 제19조 1항은 사업자의 책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사업자는 물품 등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필요한 조치’란 담배회사가 담뱃갑 등에 표시한 경고문구 등을 뜻한다.
실제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다가 불법행위·소비자기본법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판례가 있다(2014가합525054 판결). A 회사가 생산·판매한 담배를 20년간 피운 B는 폐암 및 후두암의 진단을 받았다. B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지급받아 의료비를 충당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 담배회사는 불법행위가 없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 회사의 담배생산·판매행위는 민법 750조 불법행위책임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폐암 등이 발생한 손해와 담배생산행위(불법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1976년부터 담뱃갑 등에 표시한 경고 문구의 내용에 비추어 담배 위해성과 중독성에 관하여 설명, 경고, 홍보 등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고 판결했다.
즉, 담배회사는 소비자기본법에서 정의하는 ‘필요한 조치’를 다 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만약 기업의 불법행위 혹은 소비자기본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까. 엄 변호사는 "회사의 불법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령에 따른 필요조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만일 담배회사가 담배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는 등 소비자기본법을 위반하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소송으로 담배회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자 국회는 담배 규제와 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흡연자가 담배로 인해 병에 걸렸거나 악화했다는 의학적 상관관계가 입증되면, 해당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1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내 담배 소송이 피해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감수하게 하고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하자 "법리를 극복할 전략이 필요하다.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풀 법률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공단은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2월 패소했다. 법원은 흡연이 자유의지이기 때문에 폐 질환과 직접적 인과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단은 해당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국내 담배 소송은 엄격한 증명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전적으로 부담해 모든 피해를 피해자가 감수하게 하고 담배회사들에는 면죄부를 줬다"며 "사법부가 더 합리적이고 타당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공정한 잣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법을 극복할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강 의원은 이와 관련 '담배책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담배 제조업자가 담배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법안에는 기존 제조물 책임법보다 담배 결함을 확대하고 피해자들의 증명 책임은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담배회사가 결함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아 흡연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상당 기간 이후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는 10년으로 규정된다.
도움말=엄정숙 민사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