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물멍 말고 논멍·밭멍
직장인 정수연 씨(35)는 최근 주말을 맞아 경기 양주의 시골 마을에 있는 카페 ‘로슈아커피’를 찾았다. 카페 2층의 대형 통유리창으로 끝없는 논이 펼쳐졌다. 여름내 초록이었을 논은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정씨는 “가만히 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졌다”며 “바다를 보면서 차를 마시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골 마을의 농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일명 ‘논멍’(논 보며 멍 때리는),‘밭멍’(밭 보며 멍 때리는)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시사철 변하는 농촌의 풍광은 누구에게나 푸근함을 준다. 농사를 짓거나 드문드문 오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시골만의 한적함을 느낄 수 있다.

경기 이천 시골 마을 한가운데에 세워진 카페 ‘진리’도 탁 트인 논밭뷰로 입소문이 났다. 건물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 전혀 없어 아주 먼 곳까지 시선이 닿는다. 카페 뒤편에는 울창한 숲이 있어 ‘숲뷰’는 덤이다. 이곳을 찾은 김은정 씨(38)는 “시골에 계신 할머니 집에 놀러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강원 영월의 보덕사 내에 있는 ‘세심다원’은 옛날 가옥을 개조해 세워진 곳이다. 가옥의 예스러움을 그대로 살린 데다 나무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고즈넉함이 느껴진다. 카페 바로 앞에는 초록색으로 덮인 연꽃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야외 테라스가 마련돼 있어 연꽃을 직접 보면서 차를 마실 수 있다. 경북 울릉도의 나리분지에 있는 ‘나리상회’에는 밭 앞에 놓인 평상에서 차를 한잔 마시려는 관광객들이 모인다.

과일밭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도 인기다. 제주도 중문에 자리한 ‘소보리당로222’를 찾으면 귤밭뷰를 감상할 수 있다. 겨울엔 초록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오렌지빛 귤을 볼 수 있어 따뜻한 느낌을 준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