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민참여 예산 대폭 줄여"…서울시 "자치구 재정 책임 강화가 우선"
"자치구 예산 삭감 시대착오적"…구청장협의회도 서울시에 반발(종합)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4일 서울시가 일방적인 예산 편성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자치구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이날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노인 및 장애인 복지·임산부 지원·도시재생·민관협치 등의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자치구 예산 분담 비율을 일방적으로 상향하려 한다"며 "서울시의 민주주의 후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에서 자치구 예산 900억원가량이 삭감됐다.

삭감분의 절반은 복지, 나머지 절반은 시민참여와 관련한 예산들이다.

특히 마을활동가 지원·주민자치·사회적경제기업 지원 사업 등 시민참여 예산이 70% 이상 삭감됐다고 협의회 측은 전했다.

예산 삭감은 자치구에 지원하는 보조금 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성 협의회장(구로구청장)은 "애초 자치구 예산 2천200억원이 삭감됐으나 예산 조정 과정에서 1천300억원 정도가 복구됐다"며 "복구된 예산 상당수가 복지 분야이고, 시민참여 예산 삭감은 그대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성 협의회장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와 복지관 운영 같은 필수적인 복지 사업도 삭감 대상이 됐다"며 "복지 분야는 자치구가 더 부담하면 되지만 시민참여 예산 삭감은 시정 철학이 잘못된 것이라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의 시대착오적인 결정에 맞서 참여 민주주의 정신과 협치의 정신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서울시는 이제라도 상생과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입장문은 국민의힘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24개 자치구 구청장 공동명의로 발표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YWCA연합회 등 전국 1천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이날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은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폄훼와 근거 없는 예산삭감을 중단하고, 언론의 자유로운 시정 보도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는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예산 조정은 문제가 드러난 사업들을 바로잡는 것이며, 이를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하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시는 "자치구 자체 재정 규모나 시에서 자치구로 가는 법정 전출금 증가를 고려하지 않고 구립복지관 구비 부담 등 자치구가 부담해야 하는 의무조차 회피하려는 것은 지방자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주민참여사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자치구의 주도성 및 재정 책임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