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행 방침을 발표한 직후 한국은행은 “필요하면 국고채(국채)를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긴급 바이백(국채 매입을 통한 조기 상환)에 나섰다.

한은은 4일 박종석 부총재보 주재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관련 회의’를 열었다. 한은은 테이퍼링 영향으로 금융시장 출렁임이 커지면 국채 매입을 비롯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5·10년 만기 국채 등을 2조원어치 사들이는 바이백을 5일 추진하기로 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지난 3일 추진한 2조원까지 더하면 이번주에만 4조원 규모의 바이백이 진행된다”며 “시장 변동성이 재확대되면 한은과의 정책 공조를 통해 선제적 시장 안정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채권시장 금리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날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04%포인트 오른 연 2.040%에 마감했다.

미국의 테이퍼링 착수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Fed가 내년에 1~3회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봤다.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높여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달 25일과 내년 1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높여 연 1.2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들썩이는 물가와 가계부채를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 한은은 지난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이면 물가 상승률과 가계부채 증가율이 각각 0.04%포인트, 0.4%포인트 하락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금리 인상이 물가 상승률과 민간부채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민간부채 문제를 완화하려면 거시건전성 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익환/정의진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