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그동안 공언한 대로 이달 말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하겠다고 3일(현지시간) 공식 선언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미국 경제가 일정 수준 회복한 만큼 완화적 통화정책도 코로나19 이전으로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테이퍼링 다음 수순인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언제일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Fed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 탓에 늦어도 내년 하반기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아직 금리 올릴 때 아니다”

Fed, 금리인상엔 선 그었지만…시장선 "내년 6~7월에 올릴 것"
지난해 1~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후유증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그러다 Fed의 유동성 공급 효과를 본 작년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Fed가 이달 말부터 테이퍼링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구체적으로 매달 1200억달러를 매입하던 채권 규모를 월 150억달러씩 줄여나간다.

Fed가 발표한 테이퍼링 시기와 속도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에 집중됐다. Fed가 이미 수차례 언급한 테이퍼링은 시장에 선반영된 반면 금리를 올리는 시점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시장의 시선은 결정문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에 쏠렸다. 파월 의장은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테이퍼링을 시작하기로 한 결정이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직접적 신호는 아니다”며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별도의 엄격한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낮은 노동 참여율을 지적하면서 “지금 여건은 최대고용이라는 조건을 분명히 충족하지 못한다”며 “아직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금리 인상 기준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비둘기적 발언 덕에 이날 뉴욕증시는 나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 대표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도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시장에선 내년 하반기 금리 인상 예상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 노동력 부족 등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팬데믹이 진정되면 공급 병목 현상과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이라며 “그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내년 2~3분기엔 물가가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아진다면 우리의 도구를 쓰는 걸 주저하지 않겠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또 “몇몇 사람은 일시적이라는 것을 ‘단기적(short-lived)’이라는 의미로 해석하지만 Fed는 ‘지속적이 아니다(not-permanent)’란 뜻으로 쓴다”며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내년 하반기에 Fed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발표된 CNBC 방송의 전문가 대상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4%가 내년 7월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테이퍼링이 6월께 끝난 뒤 바로 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내년 6월 첫 금리 인상 가능성을 58%, 12월 두 번째 인상 가능성을 73%로 각각 반영하고 있다. 이날 씨티은행도 FOMC 직후 Fed의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12월에서 6월로 앞당겼다.

다음달 14~15일 예정된 올해 마지막 FOMC에서 좀 더 구체적인 금리 인상 단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ING은행은 “주택 비용과 에너지 가격, 중고차값이 다시 오르고 있어 내년 1분기에 테이퍼링이 끝나고 하반기에 최소 두 차례 이상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이고운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