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카페 일회용컵 퇴출 프로젝트’에 나섰다. 6일부터 서울시청 일대 카페 20여 곳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할 때는 보증금 1000원을 내고 다회용컵을 받아야 한다. 다 쓴 컵을 회수기에 반납해야 1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회용컵을 강제할 경우 소비자 불편이 크고 비효율적인 데다 일각에서 “위생이 걱정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청 주변 스타벅스, 일회용컵 못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다회용컵 사용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4일 발표했다. 다회용컵 사용 시범사업은 ‘손님에게 다회용컵 대여→다 쓴 컵 회수기에 반납→수거·세척→재공급’ 시스템으로 가동된다.

소비자는 테이크아웃 음료 주문 시 보증금 1000원을 내고 다회용 컵에 음료를 받는다. 사용한 컵을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카페의 무인회수기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현금이나 ‘해피해빗’ 포인트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반납된 컵은 전문업체가 수거·세척·소독한 뒤 카페에 다시 공급한다. 컵 세척 과정은 애벌 세척→소독제 세척→자동고압기 세척→자외선 살균기 소독→잔여 세균검사 순서로 진행된다. 시 관계자는 “다회용 컵은 색소와 배합제 등 첨가물이 일절 섞이지 않은 안전한 원료로 제작됐다”며 “고온에서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스타벅스(12곳), 달콤커피(1곳), SK텔레콤 등이 참여한다. 시청 인근 소상공인 카페 5곳도 동참하기로 했다. 시는 내년 2월까지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참여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서울 모든 프랜차이즈 카페에 다회용 컵을 전면 도입한다는 목표다. 스타벅스는 내년에 서울 시내 모든 매장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부산시도 비슷한 내용의 ‘부산E컵’ 시범사업에 들어간다는 내용을 지난달 말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을 두고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다회용컵을 대여하고 반납하는 과정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다회용컵을 쓰지 않는 매장에 손님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서울시청은 이미 일회용컵 반입 금지 조치 때문에 일회용컵을 가방이나 쇼핑백에 몰래 숨겨 다니는 직원이 많다”며 “일회용컵을 억지로 못 쓰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다회용컵을 대여하고 반납, 수거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낭비되는 측면은 왜 계산하지 않느냐”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시민 불편만 커진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다회용컵으로 바꿨을 때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에만 몰두하느라 부작용이나 관련 비용 부담 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