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 간 정상회담 과정에서 나온 ‘원전 필요성’ 발언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대통령과 외국 정상과의 공동 발표 내용을 이례적으로 해명하고 나서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외교 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일 KBS 라디오에서 ‘한국과 헝가리 간 정상회담에서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변화하는 것이냐는 의문이 나왔다’는 질문에 “전혀 그런 것이 없다”고 답했다. 전날 아데르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하다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의향”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한 질의응답이었다.

박 수석은 “일부에서 탈원전이라고 부르는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의 탈원전 정책은 2080년까지 아주 장기적으로 원전 비율을 줄여가는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2050년까지 원전 비율을 유지해 나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의 기조는 흔들림 없이 그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문 대통령을 헝가리에서 수행하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2050년 탄소중립까지 원전의 역할은 계속되지만 신규 원전 건설은 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종료된 원전을 폐쇄한다고 말했다”며 “이것을 아데르 대통령이 이해한 대로 말한 것 같다”고 했다.

야당은 비판에 나섰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청와대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설득력 없는 말잔치일 뿐”이라며 “헝가리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옆에 두고 오해한 내용을 말했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전 조율된 정상 간 공동 언론발표 내용을 놓고 이견이 나온다면 그 자체로 외교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