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한 서울 명동지하상가 OST 매장.
폐점한 서울 명동지하상가 OST 매장.
10만원대 중저가 주얼리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10년대를 풍미했던 이랜드의 주얼리 브랜드 OST와 로이드 등은 2년 사이에 1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다. 구찌 등 고가 주얼리 소비가 늘면서 중저가 위주의 브랜드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유통·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랜드 자회사 이월드의 주얼리 사업부는 OST 매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서울 명동지하상가에서 10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OST는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폐점했다. 홍대 애경점과 롯데 왕십리점도 올해 문을 닫는 등 오프라인 매장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OST를 비롯해 로이드, 클루, 라템 등 총 네 가지 중저가 브랜드로 구성된 이월드 주얼리 사업부는 오프라인 매장 수를 2019년 381개에서 2021년 283개로 줄였다. 이 가운데 10만원대 이하 주얼리 브랜드 라템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온라인 채널로 옮겨 갔다. 이랜드 관계자는 “브랜드별로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OST는 4~5년 전 금값이 뛰면서 관심을 한몸에 받은 브랜드다. 은으로 만든 귀걸이나 목걸이 가격이 10만원을 넘지 않아 주머니가 얇은 10~20대 젊은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보상 소비’ 경향이 강해지면서 소비자들이 까르띠에 등 명품 주얼리 업체로 발길을 돌렸다. 주얼리업계 관계자는 “은으로 된 중저가 제품은 트렌드가 끝나면 버려야 하는 소모품으로 인식되면서 인기가 떨어졌다”며 “해외 수입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사이에 끼어 수년간 침체를 겪었다”고 말했다.

주얼리 업계도 중저가 상품을 접고 고가 상품 판매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티파니는 50만원 이하 중저가 실버 제품을 단종하고 다이아몬드와 금으로 된 프리미엄 주얼리로 라인을 재편했다.

세정의 주얼리 브랜드인 ‘디디에두보’도 50만원대 중고가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선보인 뒤 올해 500억원대 매출 달성을 내다보고 있다.

온현성 월곡주얼리연구소장은 “중산층과 상류층 모두 브랜드 상품을 선호해 저가 제품으로는 소비자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며 “패션 주얼리여도 디자인에 투자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