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한국전기연구원과 손잡고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SK온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한국전기연구원과 이 같은 내용의 협약을 4일 맺었다. 이날 협약식엔 지동섭 SK온 대표,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배터리 성능, 신뢰성, 안전성 분야에서 공동 연구에 나선다. SK온 관계자는 “누적 1억5000만 개의 배터리 셀을 납품하면서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번 협력으로 안전성을 더 극대화해 화재 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다양한 전기 기술을 개발하고 전력기기 시험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지난 2월엔 리튬이온 배터리를 급속 충전할 때 안전성을 보장하는 음극 촉매 소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SK온과 한국전기연구원은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는 구체적인 조건을 찾기 위해 평가 방법도 개발한다. 가령 배터리 셀에 이물질 유입으로 화재가 났을 땐 이물질 종류와 양에 따른 발화 조건을 조사한다. 전기차를 이용할 때 나타나는 극단적인 환경을 가정해 불이 붙는 조건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도출한 실험 데이터를 화재 예방 기술을 개발하는 데 반영할 계획이다. 지금은 배터리에서 화재가 나면 차량이 전소될 때까지 불을 끄기 어렵고, 사고 원인도 바로 추적하기 쉽지 않다.

SK온은 국제 표준보다 엄격한 수준으로 내부 품질 평가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전기차가 실제 주행할 때 벌어지는 상황을 고려해 ‘가혹한’ 품질 테스트 기준을 설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배터리에 열을 가하고 견디는 정도를 측정하는 내열 내구성 시험에 외부 충격도 동시에 가해 품질을 측정하는 식이다. 또 배터리에 복합적인 스트레스를 가해 내구성도 점검할 계획이다. 고객이 차량을 운전할 때 발생하는 모든 주행 환경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지 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격차’ 안전성을 구축해 글로벌 배터리 산업과 전기차 생태계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SK온은 생산능력도 확충하고 있다. 최근 중국 장쑤성 옌청시와 중국에 네 번째 배터리 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 협약을 맺었다. 투자 규모는 25억3000만달러(약 3조원)로, 몇 년간 분할 출자하기로 했다. SK온은 지난 9월 중국 법인에 자본금으로 1조2325억원을 출자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신규 공장의 생산 능력은 연 10GWh 이상으로 내년께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공장은 중국 기업과 합작하지 않고 SK온이 독자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