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G의 '기대주' 바디프랜드, 기업가치 2조에서 반토막…아쉬운 매각[딜리뷰]
2주 간의 주요 딜 리뷰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1. VIG의 '기대주' 바디프랜드, 기업가치 2조원에서 1조원으로... 아쉬운 매각

국내 대표 안마의자 전문 업체인 '바디프랜드'의 주인이 바뀔 예정입니다. 국내 사모펀드(PEF)인 VIG파트너스는 지난 1일 바디프랜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스톤브릿지캐피탈을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톤브릿지는 국내 신생 운용사와 공동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VIG는 우여곡절 끝에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성공하게 됩니다. VIG가 2015년 신한벤처투자(구 네오플럭스)와 함께 바디프랜드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44.6%를 약 4000억원(VIG 2500억원, 신한벤처투자 1500억원)에 인수한 지 6년 만이죠.

이번 매각은 결과적으로 다행이면서도 다소 아쉬운 결과라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디프랜드는 VIG가 2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투자했는데, 한 때 '효자'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꼽혔기 때문이죠. '버거킹' 투자 성공에 이어 또 한 번 VIG의 이름을 업계에 드높일 투자 사례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죠. VIG의 품에 안긴 바디프랜드가 고공 성장하면서 인수 2년 만에 기업가치가 2조원 이상까지도 거론됐으니까요.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VIG도 투자금 회수 시기를 앞당겼습니다. 2018년에 IPO 도전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무난하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2019년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표이사의 갑질 논란,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경영 투명성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매각 작업도 추진했으나, 가격 차이 등으로 무산됐습니다.

VIG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주관사단을 보강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했습니다. 2020년에 다시 IPO 재도전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공정거래위원회가 바디프랜드의 거짓 광고에 대해 검찰 고발을 하면서 IPO 일정도 다시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사진=바디프랜드 사옥
사진=바디프랜드 사옥
올해로 인수 6년차에 접어들자, VIG는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했습니다. 국내외 사모펀드, 중견기업 등 많은 투자자들이 바디프랜드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스톤브릿지가 원매자로 나섰습니다. VIG는 올해 초 스톤브릿지와 협상을 진행했다가 무산됐으나 최근 다시 재개되면서 극적으로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에서는 안마 의자 시장의 성장성이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해외시장 진출 등을 고려하면 충분한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고 평가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스톤브릿지는 바디프랜드의 기업가치를 1조1000억~1조2000원 수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지분 45% 인수 금액은 6000억원 안팎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VIG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일 수 있지요. 한 때 2호 펀드의 '기대주'로 불렸으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면서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결과가 된 것이지요. IPO에 성공할 가능성도 점차 희박해지고, 높은 가격을 베팅할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는데다 시간을 더 끌수록 수익률도 떨어지는 만큼 내부적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매각으로 VIG의 2호 펀드는 이제 창호업체 윈체만 남게 됐습니다. VIG는 2011년말 3760억원 규모로 결성된 2호 펀드를 결성해 바디프랜드, 윈체 외에 버거킹, 삼양옵틱스, 엠코르셋, 하이파킹, 써머스플랫폼 총 7곳의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윈체도 지난해부터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적당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2. ’테라로사‘ 점찍은 유니슨왜 커피 업체에 또 다시 베팅했을까

국내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이 강릉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에 7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유니슨캐피탈은 대만 밀크티 브랜드 '공차' 투자로 대박을 터트려 이름을 알린 운용사지요. 이번 거래로 유니슨은 테라로사 지분 35%를 확보했고, 기존 창업자와 공동경영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유니슨이 또 한 번 식음료(F&B) 업종 투자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미 공차 투자로 성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부담감도 클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유니슨은 또 한 번 음료 업종에 투자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유니슨은 테라로사를 단순히 커피 업체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공차의 경우 프랜차이즈형 식음료 제조 업체지만, 테라로사의 경우 엄밀히 얘기하면 커피 원두 유통 업체라는 표현이 보다 적합하다는 설명입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다른 커피 업체들처럼 커피 매장이 유명하지만, 실제 매출 비중으로 보면 매장에서 발생하는 부분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매출 350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장 매출 비중은 2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0%는 전부 원두 판매를 통해서 발생합니다. 자사 온라인 몰, 오프라인 매장, 개인 까페 판매 등을 통해 팔리고 있습니다.
VIG의 '기대주' 바디프랜드, 기업가치 2조에서 반토막…아쉬운 매각[딜리뷰]
이는 다른 커피 업체들에 비해 수익성이 더 좋은 이유이기도 하죠. 테라로사는 원두 소싱, 로스팅, 제품 개발, 판매까지 전 과정을 거의 직접하고 있습니다.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아 해외 산지를 찾아다니며 원두를 직거래로 소싱하고, 판매도 자사 온라인몰을 통해서만 합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유통 단계가 줄어 마진이 올라가는 것이지요. 원두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코스트코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이 10% 안팎 수준이지만 테라로사는 30% 수준이라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테라로사 매장은 소비자에게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프랜차이즈형 카페처럼 획일적인 인테리어의 공간 구성으로 이뤄진게 아니라, 매장 대부분이 교외에 자연과 어우러져 있어 해외의 이국적인 건축물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유니슨은 테라로사의 커피 원두 경쟁력은 이미 인정을 받은 데다 캡슐 커피 등 제품개발과 유통채널을 다양화하면 성장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테라로사가 앞으로 유니슨과 함께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