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주며 모든 게 끝났다" 게임중독 아들과 3년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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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먹고 싶다는 걸 사주고 해외여행을 데리고 다니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기술을 공부하며 최고로 키우려고 발버둥 쳤지만 모두 쓸모없었습니다. 5학년 때 아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게 되면서부터."
첫 시작은 "나만 빼고 친구들은 다 한단 말이에요"라며 졸라대는 아이의 애절한 눈빛이었다.
부모 마음이 약해지는 그 순간,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바꿔 놓으리라는 것을 몰랐다.
게임에 빠진 아들을 구하기 위해 3년간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인 아빠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김평범 씨는 고1, 중3 아들과 중1 딸의 아빠다. 아이가 셋이 된 순간, 부부는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아내는 아이들 육아와 교육을 위해 전업주부를 택했고 자연스레 외벌이 가장이 되었다. 다행히 투자에 밝은 덕에 종잣돈을 불렸고, 교육열 높은 아내의 강력한 추진력 덕에 강남 한복판에 입성했다. 아이 셋을 강남에서 키우자니 아이들 입히고 먹이고 가르치는 데 모든 걸 투입했지만,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쑥쑥 크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줄 몰랐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 그러니까 게임 중독에 빠지기 전까지는.
제발 게임 좀 하라고 아이를 등 떠미는 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김평범 씨 역시 여느 부모와 같았다. 초등학생 큰아들이 "키즈폰은 쪽팔려서 못 가지고 다니겠어요", "스마트폰 없어서 나만 단톡방 못 들어가요"하고 호소하자, 소중한 내 아이가 왕따를 당할까 걱정돼 스마트폰을 사주고 말았다. 그리고 "친구들이 나 빼고 다 게임에서 모인다고요"하고 계속 푸념하기에, 친구들과 못 어울릴까 봐 어쩔 수 없이 단순한 게임 하나 까는 걸 허락했을 뿐이었다. 그걸 시작으로 아이는 게임의 유혹에 풍덩 빠져버렸다. 아이가 게임 중독에 빠진 것조차 부모는 한참 동안 몰랐다. 아이가 철저히 숨어서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돌아오면 방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아침에 잠이 많아진 것이, 부모와 외출을 꺼리기 시작한 것이 사춘기가 시작돼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부부는 아이의 변화를 흐뭇해하며 아이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자 했다. 이윽고 아이는 스스로 방문을 열고 나왔다. 매일 밤 새벽 3시에 스마트폰을 들고 부모 몰래 살금살금, 화장실에 숨어서 고작 게임을 하기 위해.
한창 잠이 많은 열 살 아들이 몰래 게임을 하려고 새벽에 일어나 살금살금 화장실에 들어가 양변기에 쪼그리고 앉아 한두 시간씩 보내고 있었다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황당함은 분노로, 분노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철석같이 믿었던’, 아니 ‘믿고 싶었던’ 아들에 대한 나의 희망이 무너지는 소리를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듣게 되었을 때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날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돌이켜보면 이 사건은 아주 작은 신호에 불과했다. 신간 '어쩔 수 없이 허락했는데, 어느새 게임 중독(길벗)'은 스마트폰을 빼앗아도 부모 눈을 피해 어떻게든 게임 세상으로 다시 끌려들어 가고야 마는 아이와, 그때마다 무너지는 신뢰를 붙잡고 다시 한번 아이를 믿고 포기하지 않은 부모의 눈물겨운 사투의 기록이다.
그 어디서도 속 시원한 해답을 찾기 힘든, 게임 중독의 출구로 가는 길을 찾아낸 평범한 아빠의 3년간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게임 회사의 목표는 단순하다. ‘더욱 많은 사람이, 더 긴 시간 게임을 하게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최고 엘리트들이 게임 회사에 모여 365일 머리를 짜낸다. 당신의 아이가 과연 게임 회사를 혼자 이겨낼 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은 부모도 모르는 사이 사르르 게임에 빠진다. 일단 부모들은 중독될 만한 ‘게임’이라 하면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같은 대작 PC 게임을 생각한다. 그래서 거실에 PC를 두고 정해진 시간만 안 넘기면 안심한다. 여기서 큰 실수가 발생한다. 요즘 게임 중독의 시작은 스마트폰이다. 아이는 부모 눈을 피해 학교 쉬는 시간에, 학원 화장실에서, 집 방문을 잠그고 수시로 게임의 세계로 들어간다. 일단 아이가 게임을 하는 걸 알았어도, 부모는 희망 회로를 돌린다. ‘게임, 잠깐 하고 말지 않을까? 나도 그랬잖아’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싸우기 싫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하니까. 하지만 게임 회사에 다니는 세계적 수준의 엘리트들이 모여 365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게임을 좀 더 오래 할지만을 연구한다. 그 엘리트들 집단을 우리 아이 한 명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매우 큰 오산이다.
저자는 "부모라면 게임과 관련된 긍정적인 말들에 호도되지 마라. 게임 산업의 자발적 옹호자도 되지 마라"고 충고한다.
부모라면 게임 산업보다 자기 자녀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것.
암만 생각해도 우리 아이가 게임을 좀 많이 하는 것 같으면, 부모는 ‘게임의 장단점’을 찾아본다. 기사를 읽고 책도 읽는다. 찾아보면 게임과 관련된 긍정적인 연구가 많이 보인다. 게임의 장점을 말하는 자료는 왜 많을까? 담배가 처음 나왔을 때, 담배가 몸에 좋다는 연구 결과, 신문 기사가 많았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담배 회사는 돈이 많고, 연구 지원도 많이 한다. ‘게임업계 역시 매우 돈이 많다.’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은 보고 싶은 정보만 수집한다.(심리학 용어로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부모들은 게임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봐도 ‘게임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만 머릿속에 남긴다. 그게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WHO(세계 보건 기구)는 게임 중독을 공식 병으로 지정했다. 그 말은 게임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만큼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게임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아예 게임을 술, 담배와 같은 선상에 둔 듯하다. 청소년이 평일에는 게임을 할 수 없도록 국가적으로 차단했다.(금, 토, 일요일에 하루 1시간만 할 수 있다)
소중한 내 아이와 게임 때문에 단 한 번이라도 입씨름해본 적이 있다면, 아이의 게임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게임으로 아이와 갈등을 빚어본 적 있다면, 부모가 아이를 게임의 함정에서 적극적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김평범 씨는 국내 IT 기업에 재직 중으로,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게임 회사 IT 담당자들과도 오랜 기간 일했기 때문에 그 회사의 엘리트들이 게임 유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중한 아들이 바로 그들이 기획하고 설계한 게임에 빠져 부모 몰래 쌈짓돈을, 그리고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의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전쟁이 시작됐다. 아들을 게임 중독에서 구해내기 위해 안 해본 게 없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아들은 서로 사랑하기도 부족한 시간에 서로를 맹비난하며 상처를 줬다. 그렇다면 싸움을 붙인 게임 회사는? 느긋하게 싸움 구경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잔인한 3년간의 게임 전쟁의 면면을 이제부터 낱낱이 고백한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4년 동안의 시간은 이제 과거로 흘러, 지금 겉으로는 평범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그러나 한창 지식과 지혜를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바로 그 시간을 게임의 늪에서 허우적댄 대가는 지금도 형벌처럼 고1 아들에게, 그리고 아빠와 엄마에게 남아 있다"면서 "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부모가 없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어 "‘나도 어렸을 적엔 한 게임 했었는데 지금은 괜찮잖아?’라는 막연한 자기 위로가 아들을 방치하게 했다"면서 "오락실에 가서 차례를 기다렸다가 게임기 앞에 앉을 수 있는, 한 판 질 때마다 동전을 새로 넣어야 하는 버블버블과 24시간 언제든 로그인할 수 있는 앵그리버드는 그 성격이 전혀 달랐음에도 말이다"라고 반성한다.
그러면서 부모가 잘만 하면 아이의 게임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고 경고한다.
아울러 "다시 아이가 5학년이 된다면 스마트폰만큼은 사주지 않을 것"이라며 "선생님과의 대화나 학교 과제가 걱정된다면 노트북을 사주라고 할 것이다. 스마트폰보다는 노트북이 낫다. 게임에 중독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에 접근하기가 너무 쉽다는 것에 있다. 부모가 스마트폰과 타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첫 시작은 "나만 빼고 친구들은 다 한단 말이에요"라며 졸라대는 아이의 애절한 눈빛이었다.
부모 마음이 약해지는 그 순간,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바꿔 놓으리라는 것을 몰랐다.
게임에 빠진 아들을 구하기 위해 3년간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인 아빠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김평범 씨는 고1, 중3 아들과 중1 딸의 아빠다. 아이가 셋이 된 순간, 부부는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아내는 아이들 육아와 교육을 위해 전업주부를 택했고 자연스레 외벌이 가장이 되었다. 다행히 투자에 밝은 덕에 종잣돈을 불렸고, 교육열 높은 아내의 강력한 추진력 덕에 강남 한복판에 입성했다. 아이 셋을 강남에서 키우자니 아이들 입히고 먹이고 가르치는 데 모든 걸 투입했지만,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쑥쑥 크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줄 몰랐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 그러니까 게임 중독에 빠지기 전까지는.
제발 게임 좀 하라고 아이를 등 떠미는 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김평범 씨 역시 여느 부모와 같았다. 초등학생 큰아들이 "키즈폰은 쪽팔려서 못 가지고 다니겠어요", "스마트폰 없어서 나만 단톡방 못 들어가요"하고 호소하자, 소중한 내 아이가 왕따를 당할까 걱정돼 스마트폰을 사주고 말았다. 그리고 "친구들이 나 빼고 다 게임에서 모인다고요"하고 계속 푸념하기에, 친구들과 못 어울릴까 봐 어쩔 수 없이 단순한 게임 하나 까는 걸 허락했을 뿐이었다. 그걸 시작으로 아이는 게임의 유혹에 풍덩 빠져버렸다. 아이가 게임 중독에 빠진 것조차 부모는 한참 동안 몰랐다. 아이가 철저히 숨어서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돌아오면 방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아침에 잠이 많아진 것이, 부모와 외출을 꺼리기 시작한 것이 사춘기가 시작돼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부부는 아이의 변화를 흐뭇해하며 아이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자 했다. 이윽고 아이는 스스로 방문을 열고 나왔다. 매일 밤 새벽 3시에 스마트폰을 들고 부모 몰래 살금살금, 화장실에 숨어서 고작 게임을 하기 위해.
한창 잠이 많은 열 살 아들이 몰래 게임을 하려고 새벽에 일어나 살금살금 화장실에 들어가 양변기에 쪼그리고 앉아 한두 시간씩 보내고 있었다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황당함은 분노로, 분노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철석같이 믿었던’, 아니 ‘믿고 싶었던’ 아들에 대한 나의 희망이 무너지는 소리를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듣게 되었을 때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날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돌이켜보면 이 사건은 아주 작은 신호에 불과했다. 신간 '어쩔 수 없이 허락했는데, 어느새 게임 중독(길벗)'은 스마트폰을 빼앗아도 부모 눈을 피해 어떻게든 게임 세상으로 다시 끌려들어 가고야 마는 아이와, 그때마다 무너지는 신뢰를 붙잡고 다시 한번 아이를 믿고 포기하지 않은 부모의 눈물겨운 사투의 기록이다.
그 어디서도 속 시원한 해답을 찾기 힘든, 게임 중독의 출구로 가는 길을 찾아낸 평범한 아빠의 3년간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게임 회사의 목표는 단순하다. ‘더욱 많은 사람이, 더 긴 시간 게임을 하게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최고 엘리트들이 게임 회사에 모여 365일 머리를 짜낸다. 당신의 아이가 과연 게임 회사를 혼자 이겨낼 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은 부모도 모르는 사이 사르르 게임에 빠진다. 일단 부모들은 중독될 만한 ‘게임’이라 하면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같은 대작 PC 게임을 생각한다. 그래서 거실에 PC를 두고 정해진 시간만 안 넘기면 안심한다. 여기서 큰 실수가 발생한다. 요즘 게임 중독의 시작은 스마트폰이다. 아이는 부모 눈을 피해 학교 쉬는 시간에, 학원 화장실에서, 집 방문을 잠그고 수시로 게임의 세계로 들어간다. 일단 아이가 게임을 하는 걸 알았어도, 부모는 희망 회로를 돌린다. ‘게임, 잠깐 하고 말지 않을까? 나도 그랬잖아’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싸우기 싫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하니까. 하지만 게임 회사에 다니는 세계적 수준의 엘리트들이 모여 365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게임을 좀 더 오래 할지만을 연구한다. 그 엘리트들 집단을 우리 아이 한 명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매우 큰 오산이다.
저자는 "부모라면 게임과 관련된 긍정적인 말들에 호도되지 마라. 게임 산업의 자발적 옹호자도 되지 마라"고 충고한다.
부모라면 게임 산업보다 자기 자녀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것.
암만 생각해도 우리 아이가 게임을 좀 많이 하는 것 같으면, 부모는 ‘게임의 장단점’을 찾아본다. 기사를 읽고 책도 읽는다. 찾아보면 게임과 관련된 긍정적인 연구가 많이 보인다. 게임의 장점을 말하는 자료는 왜 많을까? 담배가 처음 나왔을 때, 담배가 몸에 좋다는 연구 결과, 신문 기사가 많았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담배 회사는 돈이 많고, 연구 지원도 많이 한다. ‘게임업계 역시 매우 돈이 많다.’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은 보고 싶은 정보만 수집한다.(심리학 용어로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부모들은 게임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봐도 ‘게임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만 머릿속에 남긴다. 그게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WHO(세계 보건 기구)는 게임 중독을 공식 병으로 지정했다. 그 말은 게임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만큼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게임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아예 게임을 술, 담배와 같은 선상에 둔 듯하다. 청소년이 평일에는 게임을 할 수 없도록 국가적으로 차단했다.(금, 토, 일요일에 하루 1시간만 할 수 있다)
소중한 내 아이와 게임 때문에 단 한 번이라도 입씨름해본 적이 있다면, 아이의 게임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게임으로 아이와 갈등을 빚어본 적 있다면, 부모가 아이를 게임의 함정에서 적극적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김평범 씨는 국내 IT 기업에 재직 중으로,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게임 회사 IT 담당자들과도 오랜 기간 일했기 때문에 그 회사의 엘리트들이 게임 유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중한 아들이 바로 그들이 기획하고 설계한 게임에 빠져 부모 몰래 쌈짓돈을, 그리고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의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전쟁이 시작됐다. 아들을 게임 중독에서 구해내기 위해 안 해본 게 없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아들은 서로 사랑하기도 부족한 시간에 서로를 맹비난하며 상처를 줬다. 그렇다면 싸움을 붙인 게임 회사는? 느긋하게 싸움 구경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잔인한 3년간의 게임 전쟁의 면면을 이제부터 낱낱이 고백한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4년 동안의 시간은 이제 과거로 흘러, 지금 겉으로는 평범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그러나 한창 지식과 지혜를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바로 그 시간을 게임의 늪에서 허우적댄 대가는 지금도 형벌처럼 고1 아들에게, 그리고 아빠와 엄마에게 남아 있다"면서 "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부모가 없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어 "‘나도 어렸을 적엔 한 게임 했었는데 지금은 괜찮잖아?’라는 막연한 자기 위로가 아들을 방치하게 했다"면서 "오락실에 가서 차례를 기다렸다가 게임기 앞에 앉을 수 있는, 한 판 질 때마다 동전을 새로 넣어야 하는 버블버블과 24시간 언제든 로그인할 수 있는 앵그리버드는 그 성격이 전혀 달랐음에도 말이다"라고 반성한다.
그러면서 부모가 잘만 하면 아이의 게임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고 경고한다.
아울러 "다시 아이가 5학년이 된다면 스마트폰만큼은 사주지 않을 것"이라며 "선생님과의 대화나 학교 과제가 걱정된다면 노트북을 사주라고 할 것이다. 스마트폰보다는 노트북이 낫다. 게임에 중독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에 접근하기가 너무 쉽다는 것에 있다. 부모가 스마트폰과 타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