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과천 오피스텔과 '차디찬' 동치미막국수 [이송렬의 맛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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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실 모집에 12만명 모인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겨울 초입에 맛보는 이한치한 ‘강릉 동치미 막국수’
겨울 초입에 맛보는 이한치한 ‘강릉 동치미 막국수’
인류 역사를 통틀어 생존의 기본이 되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맞습니다. 의(衣)·식(食)·주(住)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생 숙원인 '내 집 마련'. 주변에 지하철은 있는지, 학교는 있는지, 백화점은 있는지 찾으면서 맛집은 뒷전이기도 합니다. '맛동산'을 통해 '식'과 '주'를 동시에 해결해보려 합니다.경기도에서 입지가 좋은 곳을 꼽으라고 하면 항상 거론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과천’입니다. 과천은 ‘준강남’으로 불리는 것처럼 서울 강남과 아주 가깝습니다. 우면산을 가운데 두고 북쪽은 강남, 남쪽은 과천입니다.
맛집 기준은 기자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맛집을 찾는 기준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습니다. 맛집으로부터 어떠한 금액도 받지 않은 '내돈내먹'(자신의 돈으로 직접 사 먹는 것)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입지가 좋은 만큼 건설사들도 이 곳에 아파트를 열심히 짓고 있습니다. 3기 신도시부터 과천 지식정보타운까지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과천에 지어졌거나 지어질 아파트는 1만1083가구에 이릅니다.
이번에 과천에 공급되는 단지는 아쉽게도 아파트는 아닙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오피스텔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현대건설은 과천시 별양동 1의 21번지 일대에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을 지을 예정입니다. 지하 8층~지상 29층, 1개 동 규모로 주거형 오피스텔, 오피스, 상업시설 등이 결합한 주거복합단지로 지어집니다.
오피스텔은 지상 19층~29층에 총 89실이 만들어집니다. 모든 실은 전용 84㎡ 단일 면적으로 △84㎡A 79실과 테라스형 △84㎡T 2실, 펜트하우스형 △84㎡PA 3실 △84㎡PB 5실 등입니다. 이 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역세권’이라는 점입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 정부과천청사역 2번 출구로 나오면 걸어서 1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정부과천청사역에 앞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과 위례-과천선(계획)이 개통될 예정이라는 점은 큰 매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GTX-C노선이 개통되면 삼성역까지 7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음은 ‘학세권’입니다. 도보권 내 문원초·중교, 과천고, 과천중앙고, 과천여고, 과천외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들 학교는 과천 내 유명한 명문 학군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과천 내 학원가를 이용하거나 4호선을 이용해 경기도에서 가장 큰 평촌 학원가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과천시 유일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있고 과천시청, 과천시민회관 등 편의시설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중앙공원과 관악산, 청계산 등 풍부한 녹지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요즘같은 가을에는 역에서 나오자마자 맞은 편에 보이는 관악산에 울긋불긋 수를 놓은 듯한 단풍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 단지 청약에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 단지 89실 모집에 12만4426명이 몰렸습니다. 평균 경쟁률은 1389대 1에 달했고 일부 유형은 57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은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역대 오피스텔 경쟁률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청약신청금이 1000만원이 필요했는데, 이를 고려하면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린 셈입니다. 과천 오피스텔은 이렇게나 뜨거운데 이번에 소개할 맛집은 차가운 한 상입니다. 겨울에 초입인 입동(立冬)을 하루 앞둔 가운데 올해 겨울은 조금 더 추울 수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더운 여름 뜨거운 것으로 더위를 물리치는 이열치열(以熱治熱)처럼 추운 겨울을 차가운 것으로 이겨내기 위해 이한치한(以寒治寒) 맛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과천시 문원동에 있는 ‘강릉동치미막국수’는 강릉 막국수를 과천에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강릉하고 막국수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는 독자분들을 위해 막간 상식을 하나 전해보겠습니다. 막국수는 강원도 향토음식으로 메밀국수를 김칫국물에 말아 먹는 음식입니다. 강원도는 고원지대로 메밀이 잘 자라기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강원도 메밀이 다른 지방보다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강원도 막국수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이유입니다.
이 집은 2005년 경기 과천시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벌써 16년이나 된 맛집입니다. 가게 사장님은 강릉 출신인데 30년 전 강릉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친한 친구로부터 분가해 과천에 이 식당을 열었습니다.
막국수 맛을 보기 위해 동치미막국수와 메밀전을 하나 시켰습니다. 음식이 나오기 전 반찬이 먼저 상 위로 올라왔습니다. 간소하지만 막국수와 함께 먹었을 때 정말 맛있을 것 같은 빨간 김치, 일반 음식점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갓김치가 나왔습니다. 김치는 마늘이나 젓갈 맛이 많이 나는 묵직한 김치가 아닌 국수와 먹었을 때 딱 좋은 시원한 맛이 기억에 남습니다. 갓김치는 적당히 익어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입안에 가득 찹니다.
기다리던 동치미막국수가 나왔습니다. 메밀면은 뚝뚝 끊겨 식감이 별로인 곳도 있는데 이 집은 직접 뽑은 면인데도 불구하고 탱글탱글함이 살아있습니다. 주인장이 제안하는 동치미막국수 맛있게 먹는 방법은 동치미 국물 네 국자에 무 한 개, 설탕 한 스푼, 식초와 겨자를 적당히 넣고 계란 노른자를 풀어서 먹는 것입니다.
먼저 아무 것도 넣지 않고 국물 먼저 먹어봅니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위 끝까지 내려가는 게 느껴집니다. 주인장이 추천한 방식으로 먹으면 맛은 배가 됩니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동치미 국물에 설탕의 단맛이 감칠맛을 끌어올리고 식초와 겨자가 매콤새콤함을 더해 완벽한 동치미막국수가 됩니다.
메밀전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국수에서 맛이 검증됐는데 괜한 의심을 했습니다. 테두리 부분은 바삭하고 안쪽은 쫀득합니다. 부추와 양파 등 각종 야채가 함께 어우러져 부족함 없는 한 상이 됐습니다. 가격도 착합니다. 막국수는 한 그릇에 8000원, 메밀전 역시 한 장에 8000원입니다. 3000원에 사리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 가격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분양가는 15억5000만원부터 시작해 가장 비싼 타입은 22억원까지입니다.
오피스텔은 발코니 확장이 불가능해 아파트보다 실내공간이 좁은데, 전용 84㎡ 오피스텔의 경우 전용 59㎡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과천에서 민간이 가장 최근에 분양한 곳은 과천 르센토 데시앙으로 이 아파트 전용 107㎡ 분양가가 1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서도 “오피스텔인데도 가격이 너무 비싼 편”이라며 “당첨되면 팔아달라는 연락은 많이 오는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만큼 이 단지 매수를 생각하고 있다면 곰곰이 따져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이 단지는 이미 청약이 끝나고 당첨자를 발표했습니다. 계약일은 7~8일 이틀간 진행합니다. 청약 때만큼 계약도 흥행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