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부터 '천슬라'까지…석유의 대체재를 찾는 여정, 증시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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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석유를 지배하려 한다." 노엄 촘스키의 유명한 말이다. 석유는 오랫동안 세계를 움직이는 원료였다. 부와 힘의 원천인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미국은 전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1973년 2차 석유파동 이후 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전세계 국가들은 셰일가스, 원자력, 풍력, 태양광 등 대체 에너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전세계 국가가 저마다 ‘탄소 배출 저감’을 외치기 시작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새로운 챕터를 맞이했다. 원유를 대체하려는 노력은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당 1000달러를 돌파한 테슬라의 주가 역시 이동수단의 원료가 석유에서 전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상징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국내외 증시서 주목받았던 대체에너지 종목을 통해 에너지 패러다임의 역사를 살펴봤다.
○석유의 황제로 군림한 엑손모빌
2005~2007년은 ‘석유의 시대’였다. 소위 ‘브릭스(BRICs)’라 불리는 신흥강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석유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특히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은 유가 강세를 부채질했다. 2005년 배럴 당 80달러 아래였던 유가는 2008년 중순 123달러까지 치솟았다. 수혜는 고스란히 미국의 엑손모빌, 셰브론 등 정유기업에게로 돌아갔다. 2005년 초 51.15달러던 엑손모빌 주식은 2008년 100달러를 넘어섰다. 엑손모빌은 2006년 미국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유가가 너무 많이 오르면서 전세계 국가들은 대체 에너지를 찾기 시작했다. 원유 의존도를 줄여야했다. 유럽은 풍력 에너지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이용했다. 화석연료 수준으로 생산 원가를 빠르게 낮춰갔다. 세계 1위 풍력터빈업체인 덴마크의 베스타스는 주가는 2006년 초 대비 2008년 512.17% 치솟았다. 지멘스가메사 주가도 2006년 초 대비 2007년 중순 고점까지 161.19% 올랐다. 같은 시기 중국은 정부 주도로 태양광 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잠잠하던 국제 유가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띄면서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다시 올라갔다. 그 정점은 2011년 미국의 셰일가스 상업화 성공이었다. 2009년 40달러 수준이던 화이팅석유 주가는 2011년 207달러로 치솟았다.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체재인 유가가 하락하고, 생산 원가를 충분히 낮추지 못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빚이 늘어났다. 화이팅석유 주가는 지난해 초 37센트까지 내려앉았다. 결국 지난해 4월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로 주목받는 대체에너지
2014년 이후 지난해 초까지 유가가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대체에너지는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9년 테슬라가 전기차 ‘모델S’를 출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대용량의 전기를 저장해 이동수단의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이동수단의 에너지원이 원유에서 전기로 바뀌게 된 시발점이었다. G2와 유럽이 앞다퉈 전기차 육성 정책을 내놓으면서 테슬라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테슬라의 등장을 두고 “에너지 패러다임(그린 에너지)의 변화와 기술의 혁신이 만나 파생 산업이 확대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친환경 정책에 대한 드라이브가 강해지면서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도 최근 증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4월이후 유가도 급등했다. 오랜만에 증시에선 태양광, 수소 등 대체에너지 종목이 질주했다. 지난해 3월 8달러 수준이던 썬런 주가는 올초 96.5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썬노바 주가도 5배가량 상승했다.
반면 엑손모빌은 유가 상승에도 예전의 영광을 찾지 못했다. 2012년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지난해엔 아예 뉴욕증시의 간판 격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됐다. '석유 산업 시대의 종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두산중공업→OCI→에코프로비엠까지
국내서도 주목받는 에너지원이 변화하면서 증시에서 주목받던 에너지 관련주도 달라졌다. 유가가 급등하던 2007년 이명박 정부가 원전 산업 육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수혜를 받은 건 두산중공업이었다. 2007년 초 3만원대이던 주식은 대표적인 ‘원전 테마주’로 꼽히며 같은해 11월 15만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기 ‘태양광 테마주’도 증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4만원대이던 OCI는 2008년 중반까지 10배 넘게 급등해 43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투자 공세로 공급과잉이 생기면서 태양광 업체들은 구조조정되기 시작했다. OCI 주가는 이내 10만원대로 폭락했다.
국내서도 잠잠하던 대체에너지 관련 종목은 ESG 바람을 타고 지난해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테슬라 주가가 폭등하면서 LG화학을 비롯해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일진머티리얼즈, 천보, 솔루스첨단소재 등 2차전지 소재주는 앞다퉈 1~2년 새 5~10배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엔 정부가 수소 산업 육성정책을 펼치면서 코오롱인더, 효성첨단소재 등 수소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기업들의 주가가 올 하반기 20~60% 상승했다.
심성미 기자
전세계 국가가 저마다 ‘탄소 배출 저감’을 외치기 시작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새로운 챕터를 맞이했다. 원유를 대체하려는 노력은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당 1000달러를 돌파한 테슬라의 주가 역시 이동수단의 원료가 석유에서 전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상징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국내외 증시서 주목받았던 대체에너지 종목을 통해 에너지 패러다임의 역사를 살펴봤다.
○석유의 황제로 군림한 엑손모빌
2005~2007년은 ‘석유의 시대’였다. 소위 ‘브릭스(BRICs)’라 불리는 신흥강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석유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특히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은 유가 강세를 부채질했다. 2005년 배럴 당 80달러 아래였던 유가는 2008년 중순 123달러까지 치솟았다. 수혜는 고스란히 미국의 엑손모빌, 셰브론 등 정유기업에게로 돌아갔다. 2005년 초 51.15달러던 엑손모빌 주식은 2008년 100달러를 넘어섰다. 엑손모빌은 2006년 미국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유가가 너무 많이 오르면서 전세계 국가들은 대체 에너지를 찾기 시작했다. 원유 의존도를 줄여야했다. 유럽은 풍력 에너지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이용했다. 화석연료 수준으로 생산 원가를 빠르게 낮춰갔다. 세계 1위 풍력터빈업체인 덴마크의 베스타스는 주가는 2006년 초 대비 2008년 512.17% 치솟았다. 지멘스가메사 주가도 2006년 초 대비 2007년 중순 고점까지 161.19% 올랐다. 같은 시기 중국은 정부 주도로 태양광 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잠잠하던 국제 유가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띄면서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다시 올라갔다. 그 정점은 2011년 미국의 셰일가스 상업화 성공이었다. 2009년 40달러 수준이던 화이팅석유 주가는 2011년 207달러로 치솟았다.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체재인 유가가 하락하고, 생산 원가를 충분히 낮추지 못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빚이 늘어났다. 화이팅석유 주가는 지난해 초 37센트까지 내려앉았다. 결국 지난해 4월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로 주목받는 대체에너지
2014년 이후 지난해 초까지 유가가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대체에너지는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9년 테슬라가 전기차 ‘모델S’를 출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대용량의 전기를 저장해 이동수단의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이동수단의 에너지원이 원유에서 전기로 바뀌게 된 시발점이었다. G2와 유럽이 앞다퉈 전기차 육성 정책을 내놓으면서 테슬라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테슬라의 등장을 두고 “에너지 패러다임(그린 에너지)의 변화와 기술의 혁신이 만나 파생 산업이 확대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친환경 정책에 대한 드라이브가 강해지면서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도 최근 증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4월이후 유가도 급등했다. 오랜만에 증시에선 태양광, 수소 등 대체에너지 종목이 질주했다. 지난해 3월 8달러 수준이던 썬런 주가는 올초 96.5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썬노바 주가도 5배가량 상승했다.
반면 엑손모빌은 유가 상승에도 예전의 영광을 찾지 못했다. 2012년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지난해엔 아예 뉴욕증시의 간판 격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됐다. '석유 산업 시대의 종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두산중공업→OCI→에코프로비엠까지
국내서도 주목받는 에너지원이 변화하면서 증시에서 주목받던 에너지 관련주도 달라졌다. 유가가 급등하던 2007년 이명박 정부가 원전 산업 육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수혜를 받은 건 두산중공업이었다. 2007년 초 3만원대이던 주식은 대표적인 ‘원전 테마주’로 꼽히며 같은해 11월 15만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기 ‘태양광 테마주’도 증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4만원대이던 OCI는 2008년 중반까지 10배 넘게 급등해 43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투자 공세로 공급과잉이 생기면서 태양광 업체들은 구조조정되기 시작했다. OCI 주가는 이내 10만원대로 폭락했다.
국내서도 잠잠하던 대체에너지 관련 종목은 ESG 바람을 타고 지난해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테슬라 주가가 폭등하면서 LG화학을 비롯해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일진머티리얼즈, 천보, 솔루스첨단소재 등 2차전지 소재주는 앞다퉈 1~2년 새 5~10배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엔 정부가 수소 산업 육성정책을 펼치면서 코오롱인더, 효성첨단소재 등 수소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기업들의 주가가 올 하반기 20~60% 상승했다.
심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