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가면서 서울 시내 대학가 상권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5일 연세대 인근 신촌 거리가 지나가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허문찬 기자
이달 들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가면서 서울 시내 대학가 상권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5일 연세대 인근 신촌 거리가 지나가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허문찬 기자
“새벽 2시 마감시간에도 26개 테이블이 꽉 찼습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후 손님이 그전보다 두 배 정도 늘었네요.”(서울 신촌 전통주점 이상두 사장)

이달 들어 위드 코로나에 들어가면서 대학 캠퍼스 주변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던 식당·카페 등 자영업자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는 반응이다. 반면 백신패스가 적용되는 일부 다중이용시설 업주들은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낮밤 가리지 않고 대기 행렬

5일 낮 12시 찾은 고려대 옆 지하철 6호선 안암역 주변은 학생·시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곳곳에 ‘과잠(과 점퍼)’을 입은 신입생들이 눈에 띄었다. 고려대 의과대학 앞에 있는 테이블 17개 규모의 일본 가정식 식당은 4~5분 대기 후 들어갈 수 있었다.

고려대 생명공학과 신입생인 주민영 씨(20)는 동기 4명과 함께 과잠을 입은 채 먹자골목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그는 “위드 코로나 이후 6명 이상 모이는 단체 모임이 늘었다”며 “7개 수업 중 대면수업이 3개인데, 오늘 대면수업이 있어 학교에 나와 동기들과 점심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리들도 오프라인 모임을 재개하고 있다. 서울권 대학생들로 이뤄진 연합봉사동아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 연남동에서 동아리원들과 대면 모임을 했다”며 “완전한 대면 활동으로 전환하기 위해 백신 접종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지면서 대학가 주변에는 늦은 저녁시간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지난 4일 밤 10시 서울 서강대 인근 40석 규모의 선술집은 만석이었다. 한 손님이 대기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식당으로 발길을 옮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연세대 정문 앞에 있는 횟집 직원 이유진 씨(37)는 “한두 달 전만 해도 하루 매출이 30만원 아래로 내려간 적이 많은데, 지난 3일 매출은 93만4000원이 찍혔다”며 “요즘은 단체 손님이 늘어 4인 테이블 두 개를 붙이는 일이 많고, 술과 음식 주문량도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손실 완전 회복까지 3년은 있어야”

자영업자들은 “모처럼 손님이 늘고 있지만 그동안의 타격을 완전히 회복하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년 가까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면서 매출이 급감한 탓이다.

고려대 앞에서 닭갈빗집을 운영하는 장기빈 씨(61)는 “주변에 수십 명의 가게 사장이 장사를 그만뒀고, 심지어 박스를 줍고 다니는 분도 있다”며 “최근 손님이 30% 정도 늘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는 최소 3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지역에서 13년째 파전집을 운영하고 있는 허응서 씨도 “월세 낼 돈이 없어 임대보증금 5000만원 중 2500만원을 월세로 빼서 썼다”며 “내년 3월 대면 수업이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본격적으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다중이용시설 업주는 “위드 코로나 이후 상황이 더 악화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감염 위험이 높은 노래방, 헬스장 등을 중심으로 방역패스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백신 미접종자는 매번 유전자증폭(PCR) 음성확인서를 내야만 해당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안암역 인근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윤정주 씨는 “최근 나흘 동안 헬스장 이용 연기 문의는 43건, 환불 문의는 13건에 달했다”며 “평소 연기·환불 문의가 한 달에 한 건 정도 들어오는데 위드 코로나 이후 급증했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