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 속수무책…믿었던 '산업용→차량용 전환'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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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기술검토 들어갔지만
업계에선 "기준 맞추기 힘들다"
러시아 수입도 세 달 넘게 걸려
공해저감장치 한시 제거
환경부에서 '불가' 입장
작년 마스크 품귀 사태처럼
소동 벌어진 뒤에야 대책 분주
靑 '요소수 대응 TF' 구성
업계에선 "기준 맞추기 힘들다"
러시아 수입도 세 달 넘게 걸려
공해저감장치 한시 제거
환경부에서 '불가' 입장
작년 마스크 품귀 사태처럼
소동 벌어진 뒤에야 대책 분주
靑 '요소수 대응 TF' 구성
국내 요소수 품귀로 한국 경제의 혈맥인 물류가 멈춰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5일 청와대까지 나서 요소수 대책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기존 정부 발표 대책을 종합 점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긴급 대책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산업계 의견이 나오면서 현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중국발(發) 원료 공급난과 국내 재고 부족, 정부의 뒷북 행정으로 초래됐던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대란’과 판박이라는 평가다. 요소수처럼 국가 물류 시스템 유지에 필수인 원자재의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전략물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는 이를 위한 기술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용 요소수의 불순물 수준이 차량에 적용해도 괜찮은지, 또 차량용 요소수만큼 매연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절차다. 환경부는 이 기술 검토에 10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해 최종 결론은 이달 15일 이후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불순물 문제 때문에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차량용 요소수는 산업용, 농업용 요소수에 비해 품질 기준이 까다롭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제조업체에 부동액과 같은 석유화학 물질을 납품하는 전문회사가 최근 요소수 전환 실험을 해봤지만 이틀 만에 ‘불가능하다’는 답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정부 방안에 따라 실험을 해봤지만 스펙이 맞는 제품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며 “요소수 제조업체도 불순물을 최대한 줄인 차량용 요소를 사용해 차량용 요소수를 만들었는데 산업용 요소로 차량용 요소수를 만든다는 건 이렇다 할 연구 선례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된다, 안 된다’조차 말할 수 없는 미지의 상태”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의 수입처 다변화도 당장의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여유 생산처를 파악하고 도입 협상을 벌이는 데만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수출 제한조치를 건 상태다. 정부는 현재 두 국가 외에 호주, 몽골, 베트남 등으로까지 수입처 확대 대상을 넓힌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책만 내놓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요소 수입 업체 등 업계 관계자들은 수입, 생산, 판매 재고 등의 요소 수급 상황을 매월 정부에 보고했지만 국정감사 등으로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고정 거래처가 있는 물류업계는 손해를 감수하고 요소수 확보에 나섰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적자가 나더라도 10만원, 20만원씩 주고 요소수를 확보하고 있다”며 “본사 직원들이 발벗고 나서서 요소수 재고가 있는 곳을 알아낸 뒤 화물기사들에게 귀띔해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요소 공급난을 계기로 중국에 의존하는 원자재 공급망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향후 중국에 대한 서구사회의 견제가 심해지면 요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수입하는 다른 원료들도 언제든지 공급망이 붕괴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훈/남정민/정의진 기자 lizi@hankyung.com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긴급 대책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산업계 의견이 나오면서 현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중국발(發) 원료 공급난과 국내 재고 부족, 정부의 뒷북 행정으로 초래됐던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대란’과 판박이라는 평가다. 요소수처럼 국가 물류 시스템 유지에 필수인 원자재의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전략물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량용 전환 원천 불가”
정부는 요소수 공급난 해소를 위해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러시아·인도네시아 등 수입처 다변화 △중국에 수출 제한 완화 요청 △SCR(배출가스 저감장치) 의무 장착 한시 해제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이 가장 현실적인 제안으로 거론되고 있다.환경부는 이를 위한 기술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용 요소수의 불순물 수준이 차량에 적용해도 괜찮은지, 또 차량용 요소수만큼 매연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절차다. 환경부는 이 기술 검토에 10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해 최종 결론은 이달 15일 이후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불순물 문제 때문에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차량용 요소수는 산업용, 농업용 요소수에 비해 품질 기준이 까다롭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제조업체에 부동액과 같은 석유화학 물질을 납품하는 전문회사가 최근 요소수 전환 실험을 해봤지만 이틀 만에 ‘불가능하다’는 답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정부 방안에 따라 실험을 해봤지만 스펙이 맞는 제품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며 “요소수 제조업체도 불순물을 최대한 줄인 차량용 요소를 사용해 차량용 요소수를 만들었는데 산업용 요소로 차량용 요소수를 만든다는 건 이렇다 할 연구 선례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된다, 안 된다’조차 말할 수 없는 미지의 상태”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산은 내년에야 수입 가능
정부와 업계 일각에선 최후의 대안으로 경유 차량이 요소수 없이도 운행할 수 있도록 SCR 장치 설정을 변경하거나 작동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오염물질 배출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환경부는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시적 요소수 품귀 때문에 오염물질 저감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SCR 설정을 변경해 기존 차량에 일일이 적용하는 것 자체가 단기간에 불가능한 일이다. 기존 SCR의 제어 로직을 변경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면 몇 달이 걸릴지 모르고, 차주들이 일일이 제조사 등의 서비스센터로 차량을 가져가서 새 소프트웨어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의 수입처 다변화도 당장의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여유 생산처를 파악하고 도입 협상을 벌이는 데만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수출 제한조치를 건 상태다. 정부는 현재 두 국가 외에 호주, 몽골, 베트남 등으로까지 수입처 확대 대상을 넓힌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책만 내놓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요소 수입 업체 등 업계 관계자들은 수입, 생산, 판매 재고 등의 요소 수급 상황을 매월 정부에 보고했지만 국정감사 등으로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고정 거래처가 있는 물류업계는 손해를 감수하고 요소수 확보에 나섰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적자가 나더라도 10만원, 20만원씩 주고 요소수를 확보하고 있다”며 “본사 직원들이 발벗고 나서서 요소수 재고가 있는 곳을 알아낸 뒤 화물기사들에게 귀띔해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요소 공급난을 계기로 중국에 의존하는 원자재 공급망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향후 중국에 대한 서구사회의 견제가 심해지면 요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수입하는 다른 원료들도 언제든지 공급망이 붕괴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훈/남정민/정의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