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 3명 참석…'이라크전 실수' 비판 트럼프 불참
올브라이트 "적도 그를 존경"…흑인 최초 국무장관 합참의장 지내
"양극화 미국, 파월로 모여"…파월, 댄싱퀸 들으며 지상과 이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 3명이 5일(현지시간) 한 자리에 모였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장례식이 열린 워싱턴DC 국립 대성당에서다.

지난달 18일 별세한 파월 전 장관을 향한 여야를 초월한 추모 물결을 반영하듯 장례식엔 이들뿐 아니라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다수 참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들도 자리를 함께했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모습을 보였다.

딕 체니 전 부통령,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 고인과 각별한 관계를 갖고 한때 미국을 이끌었던 인사들도 파월 전 장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도사와 같은 공식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장례 예배가 끝난 뒤 휠체어에 의지한 미망인 앨마 파월을 포옹하면서 경의를 표했다.

비뇨기 질환으로 최근 중환자 병동에 입원했다 퇴원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장례식장 자리를 지켰다.

AFP통신은 3명의 전·현직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을 두고 "양극화한 미국이 4성 장군이자 베테랑 정치인의 장례식장에 함께 모였다"고 촌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는 파월 전 장관 별세 직후 "이라크에서 큰 실수를 저지른 파월의 죽음이 가짜 뉴스 미디어에 의해 너무 아름답게 다뤄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그가 언급한 '이라크전 실수'는 파월이 2003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고 주장하며 이라크전의 당위성을 설파했던 것을 뜻한다.

훗날 파월 전 장관은 이 발언이 자신 경력의 오점이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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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석자들은 파월 전 장관에게 큰 존경심을 표했다.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파월 전 장관을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칭하면서 "그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라는 어떤 위협에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최고의 팀 플레이어였고, 항상 자신에게 진실했다"며 "그의 미덕은 정직과 존엄, 충성, 그의 소명과 말에 대한 흔들림 없는 헌신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군은 그를 사랑했고, 그의 적들도 그를 존경했다"며 "그는 전임자보다 훨씬 더 인기가 있었다"고 했다.

올브라이트는 파월에 앞서 국무장관을 지내 이날 자신이 언급한 '전임자' 중 한 명이다.

파월 전 장관은 뉴욕에서 태어나 자메이카 이민자 부모 밑에서 자랐고, 흑인 최초로 미 국무장관과 합참의장을 지낸 인사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당시 합참의장에 올랐다.

클린턴 정부에서도 합참의장을 이어갔고,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그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다.

주한미군 대대장으로도 근무했던 파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치료를 받다가 향년 8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장례식장에는 미 육군 군악대가 연주한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ABBA)의 '댄싱퀸' 등 경쾌한 곡들이 울려 퍼졌다.

파월은 아바의 열렬한 팬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