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소속 경주마 닉스고(Knicks Go)가 ‘경마 올림픽’으로 불리는 미국 브리더스컵의 ‘메인 이벤트’인 브리더스컵 클래식(총상금 600만달러)을 제패했다. 마사회 소속 경주마가 브리더스컵 클래식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각국의 에이스 경주마들이 모이는 브리더스컵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경마대회다.

1억원에 산 닉스고 ‘수백 배’ 잭팟 예상

닉스고는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델마경마장에서 열린 브리더스컵 클래식(G1·2000m)에서 1분59초57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우승상금은 312만달러(약 37억원). 이번 우승으로 닉스고의 누적 상금은 867만달러(약 102억원)가 됐다.

미국산 5세 수말인 닉스고는 마사회가 해외종축 개발사업의 일환인 유전체 기반 기술 ‘K-닉스’를 통해 선발한 경주마다. 2017년 미국 킨랜드 경매에서 8만7000달러(약 1억원)에 샀는데, 그동안 번 상금만 100억원을 넘어섰다. 브리더스컵 클래식 제패로 닉스고는 미국 경마의 연말 시상식 격인 이클립스 어워드(Eclipse Award)에서 ‘올해의 경주마’로 선정될 것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닉스고의 몸값이 크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월 페가수스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해 씨수말로 데뷔할 예정인 닉스고는 이번 타이틀을 내세워 매입 당시 몸값의 수백 배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사회에 따르면 1만5000달러(약 1800만원) 정도로 예상됐던 닉스고의 회당 교배료는 이번 우승으로 최대 3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씨수말은 연간 약 150회 교배를 하는데, 교배 두수의 70%가 자마(子馬·새끼)를 낳는다고 가정하면 닉스고는 당장 내년부터 40억원 안팎을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성장한 자마들이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닉스고의 몸값은 다른 차원으로 ‘퀀텀 점프’한다. 2017년 브리더스컵 클래식 우승마인 건러너(Gun Runner)는 씨수말 데뷔 첫해에 7만달러였던 회당 교배료가 자마들의 활약에 힘입어 3년 뒤에는 12만5000달러로 급등했다. 최고의 씨수말로 불리는 ‘타핏(Tapit)’은 한때 회당 교배료로 30만달러를 챙겼다. 연간 교배 횟수를 고려하면 말 한 마리가 수백억원을 버는 셈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아일랜드의 경우 우수한 경주마를 생산해 연 1000억원어치의 경주마를 수출한다”며 “5년 내 닉스고 자마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닉스고가 연간 100억원 이상을 벌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씨수말은 대개 20세까지 활동한다.

초반부터 선두 질주…2¾마신 차로 우승

닉스고는 2018년 최고의 2세마를 가리는 ‘브리더스컵 주버나일’(G1·1700m)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브리더스컵 더트 마일(1600m) 부문에서 우승해 정상급 경주마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1월 페가수스 월드컵에 이어 8월 휘트니 스테이크스까지 거머쥐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이날 5번 게이트를 배정받은 닉스고는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갔다. 마지막 4코너를 돌 때도 선두를 유지한 닉스고를 따라 후방에서 힘을 비축한 경주마들이 역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닉스고는 힘이 빠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쟁마들보다 더 빠른 속도를 냈고 2위 메디나 스피리트를 2¾마신(馬身: 말의 코끝에서 궁둥이까지의 길이) 차이로 여유롭게 따돌리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닉스고의 기수 조엘 로사리오(36·도미니카공화국)는 “닉스고가 워낙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 뿐 닉스고가 다 했다”며 기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