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가 주춤해지면서 일부 공모주는 공모희망가 하단에도 못 미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공모를 포기하는 기업도 잇따라 생기고 있다.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상한가까지 오르는 ‘따상’ 대박 사례도 4분기 들어 부쩍 줄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공모주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는 만큼 신중히 접근하면 여전히 기회가 많다는 분석이다. 연말, 연초에는 특히 대기업 계열사와 플랫폼 등 각 업종 대표선수가 줄줄이 공모 채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투자자에게 쏠쏠한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는 공모 기업과 투자 전략을 살펴봤다.
공모주는 끝물?…LG엔솔·컬리·카카오엔터 줄줄이 출격

현대, LG 등 대기업 계열사 등판

지난해부터 SK,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공모주 시장을 주도했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현대, LG 계열사가 등장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달 거래소의 예비심사승인을 받고 공모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시 기업가치는 10조원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건설업종이라는 점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어 현대오일뱅크도 연내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상장 절차에 들어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9월 현대중공업을 상장시킨 데 이어 또다시 주력 계열사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시키게 된다. 2019년 아람코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8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았으며, 국제 유가 상승세로 정유사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IPO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공모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EV 화재사고와 관련한 리콜 여파로 상장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기업가치는 100조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인 중국 CATL의 시가총액이 올초 160조원대에서 280조원대로 불어나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다”며 “공모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커머스 플랫폼 줄줄이 대기 중

내년엔 ‘플랫폼’ 기업의 상장 열기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올초 쿠팡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영향이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와 신세계그룹의 e커머스 기업 쓱닷컴, 생협에서 출발한 장보기앱 ‘오아시스마켓’ 등이 잇달아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 이들 중 가장 상장을 서두르는 기업은 마켓컬리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6500억원가량의 투자를 받았으나 누적 순손실이 5300억원에 달해 자금 수혈이 시급한 상태다. 마켓컬리는 연내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상반기 상장을 통해 공모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기업가치는 5조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쓱닷컴은 올해 말 인수한 이베이코리아와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한 뒤 내년 하반기 상장할 계획이다. 기업가치는 최대 10조원대로 예상된다. 오아시스는 최근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를 1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종합콘텐츠 플랫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내년에 상장을 추진한다. 이 회사는 웹소설과 웹툰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 음악 플랫폼 카카오뮤직, 멜론을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지난 4월 기업가치 20조원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토종 앱스토어 원스토어, 헬스&뷰티 스토어 CJ올리브영과 보안업체 SK쉴더스(옛 ADT캡스) 등도 내년 공모주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내년까지는 플랫폼 기업 상장이 이어져 당분간 공모주 시장의 투자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일반 청약뿐만 아니라 공모주 펀드, 비상장 주식 투자 등을 병행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예진/김진성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