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의류들은 비싸고 품질은 기성품보다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어요. 마치 봉사활동처럼 구매하는 거죠. 저희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습니다. 대기업 회장님도 신는 제품을 만들겠습니다.”

신발제조업체 LAR의 계효석 대표(사진)는 최근 몇 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지난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 회사의 ‘친환경 운동화’를 신은 채 찍은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한 달 생산 물량이 하루 만에 동날 정도로 주문이 폭주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도 지난 6월 오스트리아 방문 당시 오스트리아 대통령 부부에게 이 회사 제품을 선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입소문을 탔다.

평범해 보이는 신발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유명인사들의 관심을 끌었을까.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계 대표는 “폐원자재 수집, 정제, 생산까지 모두 국내에서 이뤄져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분들에게 큰 관심을 받은 듯하다”며 “단순히 ‘착한 제품’을 넘어 누구든 살 법한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LAR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가죽, 천연고무 등의 재료를 사용해 운동화를 제조하고 있다.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을 합쳐 재활용하고, 신발 끈을 만드는 합성섬유는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제조했다. 롯데케미칼과 함께한 ‘LOOP 프로젝트’ 제품이 이 회사 대표작이다. 국내에선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이 10%대에 불과해 친환경을 표방하는 국내 업체들도 폐플라스틱 원료를 수입해 쓰는 실정이다. 롯데케미칼과 협력하면서 100% 국내 폐기물을 원료로 한 신발을 생산할 수 있었다. 계 대표는 “초기 투자사인 임팩트스퀘어를 통해 롯데그룹과 협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계 대표의 전 직장은 역설적이게도 ‘패스트패션’을 추구하는 미국의 한 SPA 브랜드 업체였다. 패션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까지 유학가서 얻은 직장이었지만 물류 창고 옆에 버려진 쓰레기더미들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

“쓰레기로 분류된 의류들이 그랜드캐니언처럼 쌓여 있었어요. 불량이 있거나 안 팔려서 소각될 제품들이었죠. 말로만 환경 문제를 들어오다 눈으로 직접 보니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계 대표는 2017년 LAR을 창업했다. 서울 성수동으로 가 신발 장인들에게 가죽을 두드리는 법부터 배웠다.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초기엔 제조 공장으로부터 사기를 당해 발주 물량이 허공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계 대표의 목표는 ‘누구나 한번 써볼 만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 현재 LAR이 팔고 있는 친환경 운동화 가격도 10만원을 넘지 않게 책정했다. 친환경 제품이 비싸다는 인식을 깨고 싶다는 것이다.

계 대표는 “신발 외에도 티셔츠, 모자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친환경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환경보호에 ‘입문’할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