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달은 은쟁반에
가득 담긴 송편 같은데,
빌딩 사이 창백한 서울의 달은
수은등만큼이나 외롭고 쓸쓸하다
서울 집은 돈이지 집이 아니다
엄마가 있는 시골집에선
이웃 동네 마실 가듯
사뿐사뿐 걸어서
달까지 갔다 올 수 있는데……
시집 《가벼워진다는 것》(현대시학) 中
오래전입니다. 밤거리를 걷다가 올려다본 서울의 달이 꼭 그랬습니다. 수은등만큼이나 외롭고 쓸쓸했지요. 어쩌면 그렇게 보인 게 고향을 떠나온 사람의 외로움 탓이기도 했겠지요. 어릴 적 시골집에서 보던 달과는 다른 감정, 다른 느낌의 달. 시골집 마당에서 올려다본 달은 새로운 상상 속으로 마음을 데려가기도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아이 적에는 사뿐히 걸어서 달까지 갔다 올 수도 있었더랬습니다.
김민율 시인(2015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