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내년 日 재진출 검토
현대자동차가 전기자동차(EV)와 수소전기자동차(FCEV)를 기반으로 이르면 내년 일본 시장 재진출을 검토 중이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에서 철수한 지 13년 만에 다시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사진)은 지난 5일 경제 주간지 니혼게이자이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일본 시장 재진입에 관해 “신중하게 최종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시장 상황 등 외부 환경과 회사 내부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수소차 넥쏘와 전기차 아이오닉 5가 각 차급에서 (경쟁 차종 대비) 어떤 경쟁력을 지녔는지 점검해 판매 채널을 검토 중”이라며 “법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전기버스(일렉시티) 투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1년 일본에 진출한 현대차는 2009년 승용차 부문에서 철수했다. 누적 판매량이 1만5000여 대에 그쳤을 정도로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었다. 장 사장은 과거의 실패 이유를 “일본 고객 수요 등 시장 분석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을 일본 시장 진출의 적기로 꼽았다. 장 사장은 “일본 사회에서 환경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는 등 상품을 고르는 데 개인의 가치관이 중시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소비자는 자국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올 1~10월 기준 도요타(50.6%), 혼다(11.3%), 닛산(9.6%), 마쓰다(5.0%), 스즈키(4.2%), 스바루(3.4%) 등 일본 업체가 신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에선 글로벌 완성차 업체보다 다소 뒤처져 있는 만큼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장 사장은 “판매 방법은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며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자동차뿐 아니라 소매 등에서도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판매가 강세지만, 최근 혼다가 온라인으로 신차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장 사장은 “자동차산업에 100년 만에 새로운 기회가 왔다”며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한 차량을 출시하는 등 전기차 부문에서 테슬라, 폭스바겐과 함께 선두권에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