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후보 선정 여부 주목…"작년보다 인기·실적 월등히 앞서"
후보 올라도 수상은 장담 못해…"보수·폐쇄적 관행 깰지가 관건"
세계 뒤흔든 BTS 올해는 '그래미' 벽 뚫을까…24일 후보 발표
가장 권위 있는 음악상 혹은 가장 보수적인 상.

지난해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전 세계를 흔든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음악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후보에 오르며 K팝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였다.

국내외 대중음악계 주요 상 후보가 하나둘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K팝을 넘어 주류 팝 시장에서도 확고한 영향력과 흥행 파워를 인정받아온 BTS가 이번에는 그래미의 견고한 '벽'을 뚫을지 주목된다.

◇ '첫 관문' 1차 투표 마감…"올해 영향력 고려하면 '4대 본상' 도전도 가능"
8일 가요계에 따르면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 5일(현지시간)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1차 투표를 마감했다.

1차 투표는 그래미 수상으로 가는 위한 첫 관문이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투표에는 가수,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평론가 등 음악 전문가들로 이뤄진 아카데미 회원들이 참여했다.

투표 결과를 반영한 각 분야 후보는 이달 23일, 한국 기준으로는 24일 발표될 예정이다.

가요계 안팎에서는 BTS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래미 첫 관문을 넘어설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우세하다.

BTS는 지난 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한국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팝 장르 시상 부문 중 하나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으나, 세계적 스타인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에게 수상의 영광을 내줬다.

올해 성적을 보면 BTS가 '그래미 트로피'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세계 뒤흔든 BTS 올해는 '그래미' 벽 뚫을까…24일 후보 발표
지난 5월 발표한 영어 싱글 '버터'(Butter)가 미국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통산 10주간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등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또, 9월에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행사에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이자 세계 청년들 대표 자격으로 초청돼 연설함으로써 전 세계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BTS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2021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Year)를 비롯해 총 3개 부문에서 이름을 올렸다.

'올해의 아티스트' 부문 후보에 아시아 가수가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작년과 비교해도 음반 실적은 물론, 체감되는 인기, 화제성 모두 월등하게 앞선다"며 "2년 연속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포함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내다봤다.

정 평론가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후보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며 "올해 발표된 곡들의 영향력을 보면 그래미 4대 본상인 '제너럴 필즈' 후보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 '비밀위원회' 폐지, 긍정적 영향 줄까…'보수적·폐쇄적' 성향 돌파가 관건
일각에서는 그간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아온 그래미가 올해 변화를 꾀한 점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앞서 레코딩 아카데미는 후보 선정을 좌지우지하며 '부정 논란'까지 빚어졌던 후보 선정위원회를 없애고 1만1천여 명 전체 회원이 투표해 그래미 후보를 지명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세계 뒤흔든 BTS 올해는 '그래미' 벽 뚫을까…24일 후보 발표
후보 선정위는 정확한 역할은 물론, 명단조차 공개되지 않아 '비밀위원회'로 불리면서 소수의 음악산업계 거물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 선정을 좌지우지한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소수의 위원회가 아니라 회원 전체 투표를 통해 후보를 선정함으로써 BTS의 활약상과 세계적 팬덤, 인기를 폭넓게 인정받을 길이 열린 셈이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BTS는 이른바 '넘버원'(빌보드 등 주요 차트 1위) 노래를 6곡이나 냈고 차트에서도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 음악계에서의 위상이 눈에 띌 정도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임 평론가는 올해 3월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BTS가 단독 무대를 펼친 것과 관련,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그래미에 기여했다.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BTS에게 좋은 점수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내로라하는 팝 가수들도 그래미 앞에서는 여러 차례 '쓴맛'을 본 만큼, 올해 또한 쉽지 않으리란 관측도 나온다.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대부분이 미국 주류 음악계의 전통적 집단으로 구성된 탓에 '새로운 선택'에 인색하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실제 회원 가운데 아시아 지역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상자 선정이 다가오면서 세계적 팝 스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후보가 발표되는 11월 말 이후 영미권 주요 음악 매체와 방송은 이미 스케줄이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평론가는 "그간 후보 선정위원회에 대한 '심증'만 있었을 뿐 어떤 일을 해왔는지조차 비밀이었다"며 "위원회 폐지가 변화의 시작일지, 아니면 (아무 변화 없이) 그래미 자체가 보수적인 집단임을 나타내는 지표로 작용할지 결과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64회 그래미 시상식은 내년 1월 31일, 한국 시각으로는 2월 1일 열린다.
세계 뒤흔든 BTS 올해는 '그래미' 벽 뚫을까…24일 후보 발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