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쇼핑몰 ‘웨스트필드 글로리아스’에서 전시된 모픽의 디스플레이. /모픽 제공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쇼핑몰 ‘웨스트필드 글로리아스’에서 전시된 모픽의 디스플레이. /모픽 제공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최대 쇼핑몰이 한국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선보이는 ‘테스트베드’(시험대)가 됐다. 서울시의 창업 지원기관 서울창업허브의 일명 ‘PoC’(Proof of Concept·개념 증명) 사업을 통해서다. PoC는 기존 시장에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검증하는 단계를 뜻한다.

서울창업허브는 한국무역협회와 국내 혁신 기술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페인 테스트베드 프로그램’을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진행했다. 총 80개 스타트업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최종 선정된 5개 혁신 스타트업이 스페인에서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태훈 서울창업허브 창업본부장은 “앞으로 국내 우수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유럽 전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첨단 디스플레이 스타트업 모픽도 이번 서울창업지원 사업에 참여한 기업 중 하나다. 모픽은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이 2015년에 창업한 회사다. 삼성전자에서 입체영상 관련 기술을 개발하다 스핀오프(사업 파생형 창업) 방식으로 설립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벤처투자의 투자를 받았다.

모픽의 핵심 기술은 일명 ‘라이트필드(light field) 3D 디스플레이’다. VR(가상현실) 기기나 3D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이다. 모픽은 삼성전자, LG유플러스 등의 관련 기술 공급 업체로 선정돼 정식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모픽이 서울창업허브의 ‘스페인 테스트베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유럽 시장 진출을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신창봉 모픽 대표는 “중국에는 지사도 있고 일본, 미국 등에서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유럽 지역 사업은 구상만 했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모픽의 기술과 관련 콘텐츠가 담긴 디스플레이는 바르셀로나 최대 쇼핑몰 ‘웨스트필드 글로리아스’에 전시됐다. 사람이 많이 오고 가는 푸드 코트와 키즈존에 모픽의 3D 디스플레이가 마련됐다.

전시할 공간 마련, 현지 제품 설치 등 모든 과정을 서울창업허브에서 맡아서 처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출장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모픽에서는 직원 한 명도 스페인에 가지 않았다. 신 대표는 “회사 직원이 없었지만 현지 반응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며 “현지 컨설팅업체가 회사에서 궁금한 내용을 설문조사 형식으로 알려줬고 현지인 반응은 동영상으로 공유해줬다”고 설명했다.

서울창업허브의 프로그램 지원 기간이 끝났지만 모픽은 현지에서 자사 제품을 계속 전시하고 있다. 신 대표는 “키즈존에 설치한 제품 반응이 좋았다”며 “글로리아스 요청으로 올해 12월까지 전시 기간을 연장했다”고 했다. 추가 비용은 모두 글로리아스가 부담한다. 모픽은 동영상 콘텐츠를 추가해 현지 반응을 계속 확인할 예정이다.

모픽은 ‘라이트필드 3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자동차 계기판에도 3D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독일 자동차 회사와 논의 중”이라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 분야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