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태어난 기념으로 더 건강하고 기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되시기를 바라며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잘 이겨내 주셔서 고맙습니다."지난 20일 서울성모병원 송교영 위장관외과 교수실에서 진행한 위암 완치 환자 기념식에서 송 교수가 남긴 감사글의 일부다. 그는 수술 후 5년을 맞은 환자에게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진료실에서 작은 기념식을 열고 있다. 환자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그간 고된 진료 여정을 함께 해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전한다. 송 교수는 '환자의 마음에도 귀를 기울이는 의사'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이런 작은 행사를 기획했다.송 교수는 "저 역시 몸이 아파본 의사로 가벼운 감기도 아니고 암이라는 중한 병에 걸리고 나서 이겨내는 환자자분들과 가족들을 보면 제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그 일이 큰 의미가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고 했다.위암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환자가 당황하고 경황없어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이를 보며 환자의 병 자체만 궁금해 할 게 아니라 환자가 무엇을 느끼고 의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5년 기념식은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기념식에서 송 교수는 환자에게 감사글을 전달한다. 최근 전한 감사글을 통해 그는 "살면서 암이라는 극강의 상대를 만나는 경험은 무섭고, 화나고, 슬프고, 억울한 일"이라며 "의사로 만나는 이들의 사연들은 하나 하나가 다 소중하지만, 그저 직업이고 일상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고 덤덤해지기 쉽다"고 했다. 그는 "그런 가운데 긴 싸움에서 승리하고 기뻐하는 제 앞의 환자분들을 보면 그래도 제가 해야
‘1세대 정치평론가’에서 문화평론가로 변신해 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하던 유창선 박사가 지난 22일 별세했다. 향년 64세.고인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1990년대부터 30년 넘게 신문과 방송, SNS를 넘나들며 ‘1세대 정치평론가’로 활동했다. 한때 현실 정치에 몸을 담은 적이 있는데도,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대변인 역할을 거부하고 균형잡힌 정치 평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탓에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에서 모두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5년전 받은 뇌종양 진단 이후 고인은 문화예술 평론을 시작했다. 대수술을 받은 뒤 힘겨운 재활 기간 동안 이어폰으로 듣는 쇼팽의 녹턴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에 위로를 받은 게 계기였다. 퇴원 후에는 편치 않은 몸으로도 치열하게 읽고 보고 쓰며 예술이 주는 위로와 아름다움을 널리 전했다. 음악·미술·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생각을 담은 저서 <오십에 처음 만나는 예술>을 펴냈고, 한국경제신문 아르떼에 연재하는 ‘유창선의 오십부터 예술’ 칼럼을 비롯해 여러 곳에 칼럼을 쓰는 인기 칼럼니스트였다. 한 달 전 고인은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룸 넥스트 도어’에 관한 칼럼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은 생각보다 아주 가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곁에 있다. (중략) 죽음은 언제나 슬픈 것이지만, 그래도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좋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결국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 얘기가 아니었을까.” 빈소는 서울
어린 시절 부모가 상대를 때리는 모습을 본 사람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중장년기 심혈관 질환(CVD)에 걸릴 위험이 30%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T.H.챈 공중보건대학원 즈위안 우 교수와 지린대 찬찬 추이 교수팀은 23일 미국의학협회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서 45세 이상 중국인 1만여명의 청소년기 경험과 심혈관 질환 간 관계를 평균 9년간 추적해 연관성을 찾아냈다고 했다.이들은 이 연구에서 2011년 6월~2020년 말 45세 이상 중국인 1만424명(평균연령 58.1세)을 모집해 9년간 추적 관찰한 중국 건강 및 은퇴 종단 연구 데이터를 분석했다.설문조사를 통해 17세 전에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상대를 때린 적이 있나' 묻고, 이후 '심장마비, 협심증, 관상동맥 질환, 심부전, 또는 기타 심장 질환이나 뇌졸중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지' 추적 조사했다.이어 어렸을 때 부모 사이의 폭력에 노출된 것과 심혈관 질환 위험 사이 연관성을 조사하고, 우울증 여부를 조사해 부모 간 폭력으로 인한 우울증이 심혈관 질환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참가자 중 부모 간 신체 폭력에 노출된 적이 있는 사람은 872명(8.4%)이었고 이들은 우울증 유병률이 높고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적 기간에 심혈관 질환 진단을 받은 사람은 심장 질환 1848명(17.7%)과 뇌졸중 822명(7.9%)을 포함해 모두 2415명(23.2%)이었다.분석 결과 어린 시절 부모 간 신체 폭력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과 심장 질환 위험이 각각 36% 높았고, 뇌졸중 위험도 28% 증가했다. 부모 간 폭력에 노출된 참가자는 우울 증상 유병률이 더 높았으며, 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