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을 겪은 기업들이 어느 정도 수준의 재고를 유지해야 적정한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공급망이 꽉 막히는 비상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는 게 유리하지만, 공급망이 정상화하면 넘치는 재고가 '비용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이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 생산'(just in time) 전략을 취할지, 아니면 만약의 때를 대비해 재고를 비축하는 '비상대비'(just in case) 전략을 택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며 7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우선 적시 생산 방식을 통해 재고를 최소로 유지한 상태에서 최근과 같은 공급망 혼란 사태를 맞으면 제품 생산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 닛산자동차와 미국 펩시코 등 주요 기업들은 수십 년간 유지했던 적시 생산 추세가 끝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재고를 많이 쌓아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많은 재고를 가져가면 자본이 묶이게 되고, 늘어난 재고를 관리할 공간과 인력도 필요하다. 재고 관련 보험 비용도 커진다. 유통기한이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현재로서는 재고를 많이 쌓아두는 전략을 택한 기업이 대부분이라고 WSJ는 전했다. 시장 분석업체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S&P500 회사들의 재고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 10년간의 평균 재고량보다는 53%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교역 여건이 정상화하면 재고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낮추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철강 목재 등 건설 자재를 과도하게 비축해 업계의 비난을 받았던 오스트리아 대형 건설업체 스트라백의 경우 공급망 상황이 정상화하면 즉시 정상 재고 관리 체제로 돌아간다는 방침이다.

재고 관리 방식에 변화를 주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유통 거점을 고객 가까이 전진 배치하고 있다. 공급망이 경색되면 재빨리 공급에 나서기 위해서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판매 대상 국가마다 주요 제품의 공급 지점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n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