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스닥시장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 A씨가 성지건설로부터 업무상 횡령 혐의로 피소됐다. 회사 측은 '옵티머스 사건'에 연루돼 중형을 선고받은 박준탁씨의 개인비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반납을 요구한 법인 차량은 돌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성지건설은 지난 2일 변호사 A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성지건설은 A씨에게 계약해지 통보한 뒤 대여해준 벤츠 차량 등의 반납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지건설은 고소장에서 "A씨는 약정(경영지배인·고문변호사 근로계약서)을 맺은 이후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엠지비파트너스 대표인 박준탁씨의 개인 비서 역할만 수행했다"면서 "또 회사를 상대로 다수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 회사의 이익을 지키기 보다는 박씨 개인의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A씨에게 내용증명 발송을 통해 계약 해지의사를 통보한 뒤 회사 차량, 인감도장 및 문서 등을 반납을 요청했다"며 "현재 A씨가 사용 중인 법인 차량에 대한 리스비를 매달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용승 성지건설 대표는 박준탁씨와 변호사 A씨가 회사 경영 정상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A씨를 경영지배인·고문변호사로 위촉했다. 이에 성지건설은 변호사 A씨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며, 업무상 편의를 위해 회사 차량 한 대를 대여해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변호사 A씨는 약정을 맺자마자 성지건설에는 거의 출근도 하지 않고 수감 중인 박씨를 접견하러 가는 일에 몰두했다고 성지건설 측은 주장한다. 회사의 이익을 지키기보다는 박씨 개인의 영향력을 지기 위한 일만 하는 등 사실상 박씨의 개인 비서 역할만을 수행했다고 고소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사 A씨는 "당시 성지건설 대주주가 엠지비파트너스였고, 박준탁씨의 대리인으로 가서 성지건설 경영을 대행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업무차량 등 비용적인 문제도 박씨와 합의를 본 사안이며, 최근 대주주가 바뀌면서 내부적으로 단합한 것이 이번 고소의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지건설 대주주였던 박준탁씨는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자금을 이용해 성지건설을 인수한 후 다시 돈을 옵티머스로 빼돌린 혐의로 징역 6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 받은 상태다. 당시 업계에서는 박씨가 성지건설 경영권을 장악한 뒤 보유자산을 투자·대여 명목으로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지난 9월 한국테크놀로지 자회사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성지건설의 최대주주 보유 물량에 대한 1~3차 주식 경매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한편 이번에 고소당한 변호사 A씨는 코스닥시장에서 유명한 M&A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경영 대행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자신이 대표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은 최근 바이오사 인수를 타진 중인 M사와 관련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분쟁도 벌이고 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