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기업에 투자하라.”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 원칙이기도 한 이 말은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 투자 격언으로 통한다.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증시를 주도해온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도 모두 시장을 독점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세계 수술로봇 시장의 81%를 차지하고 있는 확실한 독점 기업이다. 20년 동안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해왔다. 최근엔 단순 의료기기 업체를 넘어 의료기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매출이 예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해 지난해 3월 말 이후 주가가 약 177% 뛰었다.
세계 수술로봇 시장 '20년 장악' 인튜이티브

수술로봇업계의 절대강자

미국 경제매체 포천은 인튜이티브서지컬을 공상과학(SF)을 현실로 만든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1995년 설립된 이후 5년 만에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술로봇을 상용화하고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받았다. 수술로봇 시장 태동기이던 2000년대 초반 발 빠르게 제품을 상용화한 덕분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이 회사 대표 제품은 최소 침습 수술로봇 ‘다빈치’다. 외과에서 수술을 하기 위해선 해당 부위를 절개해야 한다. 전통적인 수술 도구를 사용하면 절개 부위가 클 수밖에 없고 회복도 더뎠다. 프레드릭 몰 인튜이티브서지컬 창업자는 병원 레지던트 시절 여기에 충격을 받아 창업을 결심했다.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면서도 정확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수술로봇 다빈치를 개발했다.

이후 제품을 계속 발전시켜 4세대 다빈치Xi까지 내놨다. 대당 가격이 200만달러(약 23억6000만원)에 달하지만 세계적으로 6000대 가까이 팔렸다. 뉴욕타임스는 “전립선 수술에서 다빈치 없는 수술은 이례적인 일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수술로봇 시장에서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점유율은 2위인 스트리커(9%)를 압도하고 있다. 국내에도 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을 비롯해 50개 이상의 대형 병원이 다빈치를 사용하고 있다.

의료기기 플랫폼화 통해 매출 다변화

이 회사는 최근 잠금효과(고객 묶어두기)를 통해 의료기기 플랫폼 업체로의 변신에 나섰다.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수술로봇 판매 비중은 30% 이하로 떨어졌다. 대신 소모품 판매 비중이 54%, 서비스 부문이 16%를 차지했다. 판매한 수술로봇의 점검과 부품 교체, 의사 교육 서비스 등의 매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손에 익은 장비를 쉽게 바꾸지 않는 의료업계의 보수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플랫폼화는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금 부자인 것도 장점이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부채비율은 0.8%에 불과하다. 올 3분기 기준 유동자산은 82억달러에 이르며 매출의 12%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 줄었지만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0%, 63% 증가했다.

후발주자 진입에도 성장세 이상 無

대형 의료업체 메드트로닉과 존슨앤드존슨이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출한 것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메드트로닉은 애초 올해 FDA 승인을 받고 시판 준비를 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내년으로 일정을 미뤘다. 존슨앤드존슨은 자회사 버브서지컬을 통해 2023년에 수술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경쟁으로 이어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경쟁사들이) 기존 시장 잠식보다는 수술로봇산업 전체의 성장 여력에 주목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고령화로 헬스케어 시장 자체가 확대되고 정밀한 수술이 필요해지면서 전체 외과 수술 중 3~5%에 불과한 수술로봇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진단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스앤드마켓스에 따르면 수술로봇 시장은 작년 67억달러에서 2025년 118억달러 수준으로 연평균 1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