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기업' 소재株의 변신…국산화·친환경 장착하자 '퀀텀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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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소재의 시대
(1) 증시 조연에서 주연으로
5명이 시작한 SKIET 분리막
이젠 글로벌 점유율 1위 성장
日동박공장 엿보며 배운 일진
후루카와+덴카이 시총 넘어서
(1) 증시 조연에서 주연으로
5명이 시작한 SKIET 분리막
이젠 글로벌 점유율 1위 성장
日동박공장 엿보며 배운 일진
후루카와+덴카이 시총 넘어서
2006년 4월 일본 도레이 주가는 1100엔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미국 보잉과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영향이었다. 일본 언론은 ‘꿈의 항공기라 불리는 보잉787은 준일본제’라는 기사를 썼다. 기체 제작의 35%를 일본 중공업 3사가 했고, 알루미늄 대신 연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된 탄소섬유를 도레이가 독점 공급했기 때문이다. 현재 도레이 주가는 748엔(5일 기준)이다.
과거에도 소재 기업은 기술만 있으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재 기업은 한 번 산업 생태계가 열리면 그 성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소재 기업들은 유독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지 못했다. 중소 업체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100년 역사를 가진 일본 소재 기업들과 달리 한국엔 ‘원천 특허’가 없었고, 일본에서 핵심 소재나 기술을 들여와 가공하는 ‘가공 회사’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의 중소기업과 소재 기업들은 그린 소재로 새로운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03년 개발자 다섯 명이 배터리 분리막 사업을 시작했다. 도레이와 아사히카세이 등 ‘슈퍼갑’ 분리막 기업으로부터 소재를 사오는 데 애를 먹는 배터리 기업들의 수요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파일럿 공장 가동에 성공하기도 전에 양산 공장부터 지었을 정도로 무모했다. 지금은 프리미엄 습식 분리막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 됐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1978년부터 일본에 찾아가 동박 업체 공장을 망원경으로 살펴가면서 정보를 모았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이후 소재 기업들은 기술력은 물론 양산 능력까지 갖추며 성장했다. 일진머티리얼즈 시가총액은 허 회장이 염탐했던 회사들의 후신 격인 일본 후루카와와 니폰덴카이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커졌다.
2019년 일본의 대(對)한국 소재 수출 규제는 소재 국산화 속도를 높이게 했다. SK머티리얼즈 후성 솔브레인 등의 기업들이 성장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해외 의존도 100%에 달했던 초고순도(순도 99.999%) 불화수소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 2년 만에 불화수소 대일 수입액은 6분의 1로 급감했다.
김도형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연구소장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공로로 201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요시노 아키라가 1년에 수차례 한국의 소재 기업들을 찾는다”며 “일본이 독점했던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한국이 의미 있는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주전자재료는 2019년 세계 최초로 원통형, 각형에 비해 적용 난도가 높은 파우치형 배터리에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포르쉐 타이칸에 탑재되는 배터리에 이 회사 제품이 들어갔다.
소재 기업들이 변신을 시도할 때마다 시장은 반응했다. 내화 벽돌 소재를 만들던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 사업에 뛰어들어 성과를 낸 뒤 양극재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양·음극재를 대규모로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회사다. 비디오테이프를 만들던 SKC는 동박에 이어 모빌리티 소재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SKC는 2025년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동박 회사로 올라설 전망이다. 포스코케미칼과 SKC는 최근 5년간 주가가 각각 10배, 5배 뛰었다.
최근 전통 기업들은 잇따라 이름표를 바꿔 달고 있다. 국내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원자재 관련주’에서 ‘배터리 소재주’로 변신에 성공했다. 지난해 배터리용 전해동박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축자재 기업인 동화기업은 2019년 동화일렉트로라이트를 인수하며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변신했다.
고재연/고윤상 기자 yeon@hankyung.com
과거에도 소재 기업은 기술만 있으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재 기업은 한 번 산업 생태계가 열리면 그 성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소재 기업들은 유독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지 못했다. 중소 업체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100년 역사를 가진 일본 소재 기업들과 달리 한국엔 ‘원천 특허’가 없었고, 일본에서 핵심 소재나 기술을 들여와 가공하는 ‘가공 회사’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의 중소기업과 소재 기업들은 그린 소재로 새로운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국산화 기업에서 글로벌 1위가 되기까지
국내 업체 진화의 첫 번째 단계는 국산화였다.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데 소재는 해외에 의존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소재 혁신이 시작됐다. 기업들의 모험과 집념이 혁신의 자양분이 됐다.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03년 개발자 다섯 명이 배터리 분리막 사업을 시작했다. 도레이와 아사히카세이 등 ‘슈퍼갑’ 분리막 기업으로부터 소재를 사오는 데 애를 먹는 배터리 기업들의 수요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파일럿 공장 가동에 성공하기도 전에 양산 공장부터 지었을 정도로 무모했다. 지금은 프리미엄 습식 분리막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 됐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1978년부터 일본에 찾아가 동박 업체 공장을 망원경으로 살펴가면서 정보를 모았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이후 소재 기업들은 기술력은 물론 양산 능력까지 갖추며 성장했다. 일진머티리얼즈 시가총액은 허 회장이 염탐했던 회사들의 후신 격인 일본 후루카와와 니폰덴카이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커졌다.
2019년 일본의 대(對)한국 소재 수출 규제는 소재 국산화 속도를 높이게 했다. SK머티리얼즈 후성 솔브레인 등의 기업들이 성장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해외 의존도 100%에 달했던 초고순도(순도 99.999%) 불화수소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 2년 만에 불화수소 대일 수입액은 6분의 1로 급감했다.
김도형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연구소장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공로로 201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요시노 아키라가 1년에 수차례 한국의 소재 기업들을 찾는다”며 “일본이 독점했던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한국이 의미 있는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에 없던 제품으로 도약
소재 기업들은 국산화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세상에 없던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관련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정수기 멤브레인 필터 등을 만들던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현대자동차 요청으로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수분제어장치’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다. 아직 이익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시장의 평가가 시작됐다. 고어사가 독점하던 자동차용 멤브레인 시장에는 45년 이상 불소수지 가공 기술을 축적한 상아프론테크가 뛰어들었다. 이 회사가 시험 테스트 중인 수소연료전지 고분자 강화 전해질막(PEM)은 연료전지 내 전기를 발생시키는 스택의 핵심소재다. 한국이 수소 생태계를 주도하게 된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의미다.대주전자재료는 2019년 세계 최초로 원통형, 각형에 비해 적용 난도가 높은 파우치형 배터리에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포르쉐 타이칸에 탑재되는 배터리에 이 회사 제품이 들어갔다.
소재 기업들이 변신을 시도할 때마다 시장은 반응했다. 내화 벽돌 소재를 만들던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 사업에 뛰어들어 성과를 낸 뒤 양극재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양·음극재를 대규모로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회사다. 비디오테이프를 만들던 SKC는 동박에 이어 모빌리티 소재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SKC는 2025년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동박 회사로 올라설 전망이다. 포스코케미칼과 SKC는 최근 5년간 주가가 각각 10배, 5배 뛰었다.
최근 전통 기업들은 잇따라 이름표를 바꿔 달고 있다. 국내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원자재 관련주’에서 ‘배터리 소재주’로 변신에 성공했다. 지난해 배터리용 전해동박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축자재 기업인 동화기업은 2019년 동화일렉트로라이트를 인수하며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변신했다.
고재연/고윤상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