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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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페인트 기업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공급망 병목 탓에 물류비가 오른데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페인트에 들어가는 화학 원료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선박 등에 쓰이는 페인트값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뛰는 원료값 더는 감당 못해"…페인트 기업들도 가격 줄인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최대 페인트 기업인 악조노벨이 올해 말까지 가격을 15% 올릴 계획이라고 8일 보도했다. 앞서 악조노벨은 급등하는 생산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페인트값을 9% 인상했다. 올가을 이후 에너지 비용이 고공 행진하면서 높아진 석유화학 제품 구입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5~6%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의 아시안페인트, 버거페인트 등도 이달 가격을 8~9% 올릴 예정이다. 페인트는 전자제품 건설 항공 의료 반도체 등 사실상 모든 산업군에서 사용된다. 페인트값이 오르면 기업의 원료 비용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페인트는 수천 가지 합성 화학물질을 혼합해 만든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자 화학첨가제 가격이 급등했다. 미 페인트기업 PPG는 연간 원료 비용만 25%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무너진 공급망도 가격 변동성에 영향을 줬다.

미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의 석유화학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페인트 원료 수급마저 불안정해졌다.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DIY붐이 불면서다.

여파는 다른 산업군으로 번졌다. 선박과 차량 수리 비용이 증가했다. 미국과 영국 자동차보험 회사는 페인트 가격이 차량 수리 비용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고 토로했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신차 출고량이 줄자 차량 정비 수요는 더 늘었다. 수리 비용이 비싸진데다 페인트 가격까지 오르면서 자동차 보험회사는 내년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