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국내 요소수 생산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의 생산라인 가동이 일부 중단됐다. 8일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이 한산한 분위기다.   연합뉴스
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국내 요소수 생산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의 생산라인 가동이 일부 중단됐다. 8일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이 한산한 분위기다. 연합뉴스
‘요소수 대란’이 벌어지자 정부도 백방으로 뛰고 있다. 호주 베트남 등에서 요소수와 원재료인 요소를 긴급 수입하는 한편 군용 요소수를 민간에 방출하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차량용 요소수는 이틀치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계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참모회의에서 요소수 수급 불안 문제와 관련해 “수급 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내외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요소수 수급 비상 문제가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총력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는 매점매석 등 시장교란 행위를 엄단하기 위해 이날부터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5~6.5% 수준인 요소 관세를 0%로 인하키로 했다.

정부는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베트남으로부터 다음주 차량용 요소 200t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추가 물량 확보도 논의 중이다. 호주에선 이번주 중 기존 2만L에 더해 7000L를 추가로 들여오기로 했다. 요소수 2만7000L를 원재료인 요소로 환산하면 27t 정도다.

정부는 여러 국가와 협의해 1만t 정도의 물량을 수입하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소를 확보하고 있는 러시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말레이시아, 몽골 등이 협의 대상 국가다.

국방부는 이와는 별도로 군이 비축한 요소수를 민간에 한시 대여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검토 중인 물량은 요소 기준 200t, 요소수 기준 20만여L다.

호주와 베트남에서 들여오기로 한 물량과 군 방출 물량을 다 합해도 요소 기준으로 427t 정도에 그친다. 한 해 차량 수송용으로 필요한 물량만 8만t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틀치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부가 10여 개국과 논의하고 있는 1만t이 실제 들어와야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내 최대 요소수 생산업체인 롯데정밀화학(연산 14만t)은 울산공장의 일부 요소수 생산라인 가동을 지난주부터 멈췄다. 이 때문에 화물 배달 건설 철강 등 곳곳의 현장이 조만간 줄줄이 멈춰설 가능성이 있다.

요소수 공급대란이 장기화할 기미를 보이면서 요소수 수입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산업부가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요소 수급 동향 및 대응계획’에 따르면 공업용 요소 수입단가는 작년 10월 t당 276.1달러에서 올 9월 481.9달러까지 오른 데 이어 지난달 15일 이후에는 t당 1000달러를 넘어섰다. 작년에 비해 수입단가가 4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국내 가격은 10배 이상 뛰어올랐다. 화물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지금이라도 정부가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중국에서 요소를 들여오지 않고선 단기 해법이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거나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있지만 환경오염 물질 배출이 문제다. 차량용 탈질설비(SCR) 프로그램을 일시 해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단기적으로 추진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지훈/문혜정/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