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머크앤커퍼니에 이어 화이자도 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8부 능선을 넘으면서 추락했던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9일에는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에는 경구용 치료제가 셀트리온이 개발한 주사 제형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를 시장에서 밀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지만, 이날은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올해 초에 고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림세를 탔다. 맏형인 셀트리온은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인 20만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둘째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미 과거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던 셀트리온제약은 현재 8위까지 밀렸다.

9일 오전 10시15분 현재 셀트리온은 전일 대비 3500원(1.78%) 오른 20만500원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600원(2.01%) 상승한 8만4100원에, 셀트리온제약은 2700원(2.42%) 뛴 11만43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이날은 상승하고 있지만 전일에는 셀트리온이 5.74% 하락한 19만7000원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6.12% 빠진 7만9800원에, 셀트리온제약이 5.82% 내린 11만1600원에 각각 마감됐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는 코로나19 확산사태로 코스피가 급락한 뒤 20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허우적대던 작년 3월말에서 4월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전일 이전에 셀트리온 종가가 마지막으로 20만원 아래에서 마감된 건 작년 4월5일의 19만2474원이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작년 3월30일 6만7667원에 마감한 뒤에는 단 한 차례도 7만원 이하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특히 수년째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지켜온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시가총액 2위인 에코프로비엠에 쫒기는 신세가 됐다. 전일 종가 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시총 12조3705억원)와 에코프로비엠(11조1088억원)의 시총 차이는 1조2617억원에 불과하다. 과거 긴 시간 동안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종목을 3조~4조원 넘는 차이로 압도했지만,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97.94% 급등하며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맹추격하고 있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후보의 고무적인 임상 결과 발표의 영향이다. 화이자는 지난 5일(현지시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팍스로비드’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입원률과 사망률을 89%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앞선 경구용 치료제 후보보다 월등한 임상 결과에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머크앤컴퍼니(MSD)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입원률과 사망률을 절반 가량으로 낮췄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한 뒤, 영국 보건당국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아냈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들이 시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셀트리온이 판매하는 정맥주사(IV) 제형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의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다. IV 제형의 약은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 의료진으로부터 투약 받아야 하기 때문에 먹는 알약 형태의 경구용 치료제보다 편의성 측면에서 훨씬 불리하다.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들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의 수혜를 받았거나 기대된 종목들도 전일 대거 급락했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75%가, 백신 자체 개발에 더해 위탁생산까지 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14.20%가, 진단키트 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는 5.54%가, 씨젠은 4.70%가 각각 하락했다. 코스피의약품업종 지수도 전일 하루 동안 5.66% 빠졌다. 이중 일부 종목이 이날 반등하고 있지만, 강도는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들보다 약한 편이다.

증권가에서는 경구용 치료제의 등장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하면서 일상을 회복하는 ‘위드 코로나’가 앞당겨질 수 있다면 제약·바이오 업종에 나쁜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진단키트·백신 공급 사업, 그리고 선두 개발로 성공한 의약품 상용화를 지켜보며 제약·바이오 산업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며 “내년엔 산업에 대한 투자와 기대감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드 코로나로 인한 일상생활 회복에 따른 병의원 방문 증가에 더해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고조된 데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