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인사관리, 이순신 장군 또는 이소룡처럼
베이비붐 세대인 사장님은 갤러그 게임세대이지만 MZ세대 직원들은 LOL(League of Legends)세대이다. 갤러그는 나쁜 벌레들과 총격전으로 우주 슈팅게임을 하는 고전 오락게임인 반면 LOL은 다중이 직접 참여해 입체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워게임(war game)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분당·일산의 주택 200만호 건설로, 월급 받으며 저축을 열심히 했으면 집 한 채 마련은 어느 정도 가능했다. 하지만 MZ세대는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에 주택 구입은 이 생애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대신 MZ세대는 디지털화폐 세대로서 코인광풍의 주역이다. 코인 계좌보유자의 60%가 MZ세대라니 말이다. 이러한 자신들을 비판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향해 MZ세대는 “열심히 일해도 집 하나 가질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 놓고는 이제는 코인판 망가뜨려 청년 계층상승의 사다리 걷어차냐?”고 응수한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을 구성할 때는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들의 지지가 높았다. 그러나 2018년 평창 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둘러싸고는 선수 선발의 공정성을 해쳤다는 MZ세대들의 비판이 거셌다. MZ세대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는 장시간 근로시간 단축 슬로건으로 ‘저녁이 있는 삶’에 감동하지만 MZ세대는 획일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근로시간 단축에 공감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내가 선택하는 삶’ 예컨대 나는 ‘화요일 오후’, 너는 ‘목요일 오후’처럼 너와 내가 다른 선택이 존중되길 바란다.

이러한 세대 간 인식·문화격차는 노사관계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H사 연구사무직 MZ세대는 전통적인 생산직 중심 노사관계에 반기를 들고 신생노조를 설립한 바 있다. 이 노조는 8년차 미만 사원-대리 MZ세대가 주축이다. 최근에는 서울교통공사 MZ세대 직원들이 주축이 돼 출발한 '올(All)바른 노동조합'이 메타버스 세계에서 노조 출범식을 한 바 있다. 이들은 블라인드, 밴드 등 온라인으로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소통하며 불필요한 집단행위에 소모하는 시간이 적다.

MZ세대는 정년연장보다는 워라벨을 중시하고, 개인용 메신저와 업무용 메신저를 분리할 것을 요구하고, 호봉제가 아닌 보다 투명하고 성과연계된 임금체계를 요구한다. 내가 성과가 낮아서 남보다 적게 받는 것은 이해해도, 연공형 1/N은 안된다는 생각이다.

B전자에서는 입사 4년차 직원이 ‘성과급 산출방식과 계산법을 밝히라’고 CEO(최고경영자)에게 이메일로 따져 묻는 일도 있었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시중은행 임원으로 재취업한 퇴직자 선배(베이비붐 세대)를 찾아가 직원 자녀들의 대학학자금으로 사용되는 장학기금에 돈을 좀 입금해 달라고 기상천외한 부탁도 한다. MZ세대 조합원들은 장학기금 설립 초반에 직원들에게 후하게 지원한 탓에 후배들이 기금 손실을 뒤집어써야 할 처지를 호소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MZ세대 직원 모임 ‘공정가치 연대’와 서울교통공사‘올(All)바른 노조’가 연합하여 비정규직의 직고용을 추진하는 상급노조에 반발하여 지하철 역사에 반대광고를 게재한 바도 있다. 이들은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실시간 토론을 한다.

MZ세대에 의한 노사관계 변화를 살펴보면 기존의 금속제조업 중심의 거대단위 노사관계를 점차 변형시켜 가고 있다. 인사노무 담당자 입장에서는 MZ세대 출현 초기에는 분할지배(divide and rule) 전략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의 리더십이 베이비붐 세대에서 MZ세대로 전환이 원활하지 않고 경착륙할 경우 노노 간 세대갈등이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노무관리 담당자가 세대간 분할지배 전략을 취할 경우 세대간 협력업무가 필수적인 직장의 만족도가 감소하고 MZ세대 이직이 증가하게 된다.

왜 인사관리 차원에서 세대간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가? 학계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저출산·고령화에 노동력 부족의 완화, 연령대에 보편적인 마케팅 가능, 선배들의 스킬 전수, 창의적인 지식의 조직 흡수력 강화, 조직관리 시스템의 유연화를 통해 기업의 환경변화에 적응력 강화 등을 그 필요성으로 꼽는다. 아니 최소한 이 정도의 공격적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세대간 갈등이 노노갈등, 노사관계 갈등으로 이어지거나 직장내 괴롭힘으로 이직이나 소송비용 증가로 인한 조직내 창의성 말살 혹은 인재유치의 어려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대간 인식 격차 완화를 위한 HRM(인사관리)을 위한 구체적인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로 조직운영의 효율성, 개방성 그리고 세대간 다양성 존중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적극적 정보 공유와 참여의 확대, 평가를 위한 기준과 지표의 공정한 설계, 의사결정 권한의 위임(empowerment)과 책임 강화, 세대간 격차해소를 위한 소통과 멘토링 등을 꼽을 수 있다. 채용, 교육훈련, 배치, 직무부여, 평가, 보상, 퇴직 등에 획일적인 HRM을 지양하고 세대 간을 지그재그(zigzag)하는 세대 맞춤형 인사관리가 필요하다.(Claus and Arens, 2019)

둘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명성을 관리해야 한다. 요즘 중시되는 ESG경영 또한 이에 해당된다. 이를 위한 세부과제로는 투명 경영 및 윤리 경영 확대, 노사관계 관련 스캔들의 축소 및 배제, 기업성과의 적극적 사회 환원, 기업 경영 전략과 사회적 책임의 연계 등을 들 수 있다.

세 번째 과제로는 종업원의 조직 아이덴티티와 몰입을 들 수 있다. 회사의 목표와 직원의 목표를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과 프로그램, 글로벌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위상 제고 등이 세부과제다.

마지막은 공정한 인사관리다. 세부과제로는 절차 및 상호작용 공정성 확대 즉 기회와 과정, 평가와 관리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차별 이슈의 개선 및 배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해법을 구현한 우리나라 최고인사담당책임자(CHO)를 꼽으라고 하면 필자는 이순신 장군을 꼽는다. 역사서를 보면 이순신 장군의 인사관리는 위의 4가지 과제를 다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 소통의 경우만을 살펴보자. 난중일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이 가장 많은 시간을 쓴 일은 활쏘기였으며, 그 다음이 부대 관리와 교육이었다. 마지막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 일은 회식이었다고 한다. 난중일기에는 이순신 장군이 술을 마셨다는 기록이 230여 차례나 나오며 그 가운데 120여 차례는 단체회식을 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과의 술자리를 통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사기를 높이며 리더십을 확보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술마시고 회식을 자주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소통방식은 시대상황에 맞추어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지만 ‘함께하는 진정성’만큼은 놓쳐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소통은 그들의 마음을 내 그릇에 담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그들에 자연합류(自然合流) 하는 것’이라는 의미의 이소룡의 말(Be water, my friends)처럼 말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