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교향악단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새 예술감독에 벨기에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42)가 선임됐다. 1985년 창단 이후 외국인 지휘자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한 건 처음이다. 이번 결정으로 국내 주요 교향악단 네 곳을 모두 외국인 지휘자가 이끌게 됐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해 1월부터 핀란드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경기필하모닉은 이탈리아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가 2018년부터 맡고 있다. KBS교향악단도 내년 1월부터 핀란드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에게 지휘봉을 맡긴다.

악단들은 왜 경쟁이라도 하듯 외국인 지휘자를 모셨을까. 다들 지휘자의 경력을 내세운다. 서울시향의 벤스케는 오랜 기간 미국 미네소타오케스트라를 이끌었고, 자네티는 유럽에서 오페라 전문가로 정평이 났다. 잉키넨은 독일 도이치방송교향악단·재팬필하모닉 등을 동시에 이끌며 40대 거장으로 떠올랐다. 라일란트도 프랑스 메스 국립오케스트라·스위스 로잔 신포니에타 음악감독을 겸직하며 유럽 공연장을 누비고 있다.

화려한 경력만큼 지급해야 하는 비용도 많다. 공연계에 따르면 외국인 지휘자들의 연봉은 국제적 인지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억원 선. 한국인 지휘자가 받는 연봉의 두 배 정도다.

그런데도 외국인 지휘자를 기용하는 이유는 또 있다. 학연의 카르텔을 깨고 단원들을 통제할 수 있어서다. 국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특정 음악대학 선후배, 스승과 제자 관계로 얽혀 있다. 카르텔이 형성돼 주도권을 두고 리허설 때마다 갈등이 벌어진다. 한정호 음악평론가는 “특정 대학 출신 연주자를 밀어주는 등 학연이 악단 운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외국인 지휘자는 이런 풍토로부터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악단으로선 외국인 지휘자를 고용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지휘자가 단원을 통제하기도 쉽고 특정 대학 출신이라는 ‘낙하산 인사’ 논란도 없어진다. 단원들도 외국인 지휘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대개는 해외 악단 지휘자를 겸하기 때문에 국내에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 클래식 공연계 관계자는 “단원들은 공연에서 연주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돼 연주 외적인 부분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인 지휘자에겐 비극적인 상황이다. 큰 무대를 경험할 기회가 줄어들어서다. 해외 콩쿠르에서 입상하거나 거장에게 배우고 와서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