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2인자를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내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처드 클래리다 Fed 부의장은 이날 브루킹스연구소 주최로 열린 온라인 행사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기 위한 필수 조건이 내년 말쯤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 내 2인자인 클래리다 부의장은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단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내년 말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세 가지 필요조건이 충족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켓워치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계획보다 이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Fed 내 매파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내년에 금리를 두 차례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멤버로 참여하는 불러드 총재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뜨거운 노동시장과 공급 병목현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6월까지 진행될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속도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테이퍼링이 끝나기 전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Fed가 2023년 이전에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Fed는 이날 ‘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시장 참여자의 70%가 앞으로 12∼18개월 동안 가장 큰 우려로 인플레이션과 긴축적 통화정책을 꼽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 가능성 등은 후순위로 밀렸다. Fed는 또 “위험 선호 성향이 2001년 닷컴 버블 사태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올라와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하거나 경기 회복세가 정체되면 순식간에 투자 심리가 돌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랜들 퀄스 전 Fed 은행감독 담당 부의장은 Fed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퀄스 이사의 부의장 임기는 지난달 말 끝났지만 이사 임기는 2032년까지였다. 이로써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초까지 7명의 Fed 이사 중 3명을 새로 지명할 수 있게 됐다. 클래리다 부의장의 이사 임기가 내년 1월 끝나며 현재 이사 1명이 공석이기 때문이다.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연임하지 않으면 바뀌는 Fed 이사 수는 4명으로 늘어난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