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천안함의 부활
미국 하와이 진주만(오아후섬)에 가면 일본의 태평양 전쟁 항복문서 조인식이 열린 전함 미주리가 전시돼 있다. 태평양 전쟁 뒤 퇴역했다가 6·25전쟁 때 다시 참전한 거대한 미주리함 맞은편 바닷속엔 진주만 피습 때 침몰한 전함 애리조나의 잔해가 남아있다. 그 바다 위로 기념관이 지어졌다. 태평양 전쟁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2010년 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북한 어뢰에 피격된 천안함은 인양 이후 평택항 제2함대사령부에 전시됐다. 물속 폭발인 ‘버블젯’으로 두 동강 난 모습이 끔찍했던 당시 전황을 전한다. 이를 추모하고 교훈 삼자는 뜻에서 천안함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어제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신형 호위함 7번함 천안함’으로 진수(進水)되며 부활한 것이다.

부활 논의는 피격 직후에도 있었지만 이날 진수식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정부가 북한 소행이라 결론 내린 천안함 폭침에 대해 끊임없는 흠집내기가 이어진 탓일 것이다. 가장 최근엔 ‘잠수함 충돌설’을 퍼트린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리자,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과 58명의 생존장병은 항의 뜻으로 이날 진수식에 불참하기도 했다.

‘부활’은 새로 건조한 군함에 천안함이란 이름을 다시 붙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220t급 초계함이 2800t급 호위함으로 덩치를 키웠다. 장거리 어뢰(‘홍상어’)와 원거리 잠수함 탐지기능 등 대(對)잠수함 능력을 배가했다.

천안함이란 이름 자체는 특별나진 않다. 경계·방어 임무를 지닌 호위함에 대전함, 인천함처럼 도시명·지역명을 붙이는 규칙을 따른 것이다. 바다의 탱크인 구축함에 역사 영웅(광개토대왕함, 충무공이순신함, 세종대왕함 등), 잠수함엔 해양수호·항일운동 인물(장보고함, 안중근함, 도산안창호함 등), 유도탄고속함은 해군을 빛낸 인물(윤영하함, 한상국함) 이름을 붙이는 식이다. 항공모함에 대통령이나 제독 이름, 공격용 잠수함에 각 주의 명칭, 연안전투함엔 도시 이름을 붙이는 미국과 비슷하다.

태평양 전쟁의 전세가 미국 쪽으로 기운 데는 피해 수리에 90일 이상 걸릴 것이라던 항공모함 요크타운이 3일 만에 복귀해 미드웨이 해전에 투입된 영향이 컸다. 일본 해군의 허를 찌른 것이다. 천안함의 부활이 ‘요크타운함의 기적’처럼 서해 수호의 든든한 한 축을 맡길 기대한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