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청산비용 최소 1조4천억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에서 소비자금융 사업을 단계적으로 폐지(청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최대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로 추산했다. 직원들에 대한 퇴직금과 각종 전직 지원 비용이 대부분이다.

씨티그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사업 폐지로 발생하는 비용은 12억~15억달러(약 1조4000억~1조8000억원)로 전망됐다. 앞서 씨티그룹은 지난 4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사업 단순화, 사업전략 재편 등의 차원에서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은 이후 고용 승계를 전제로 사업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결국 실패하고 단계적 폐지를 선언했다.

사업 폐지 비용의 대부분은 퇴직금과 특별퇴직금, 각종 전직 지원 수당이다. 씨티은행은 최대 7억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직원들에게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을 대상으로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최장 7년) 기본급의 100%가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된다. 창업·전직 지원금 2500만원과 자녀 장학금, 근속연수에 따라 늘어나는 누진제 방식의 퇴직금은 별도다.

씨티은행은 이 비용을 올해와 내년에 걸쳐 재무제표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에는 2023년까지 관련 비용을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그 계획을 앞당긴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업 폐지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비용을 빨리 털어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한국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철수하는 게 사업 유지보다 재무적으로 타당하다는 게 씨티그룹의 입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크 메이슨 씨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에서의 사업 철수로 씨티그룹이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 여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13개국 시장 철수로 유동화할 수 있는 자기자본 70억달러의 30% 수준이다. 씨티그룹은 비용을 감안해도 이 자본을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다른 사업에 재투자하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