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나이차…세상 떠난 '절친' 황광수를 기리다
심리 치유 에세이로 이름을 알린 정여울 작가가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황광수 문학평론가와 나눈 우정을 담은 책 《마지막 왈츠》(크레타)를 내놓았다. 황 평론가와 생전에 나눴던 편지, 인터뷰, 미공개 에세이를 담았다.

‘44년생 완도 남자’와 ‘76년생 서울 여인’이라는 이들은 32년의 나이 차에도 서로를 최고의 절친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친구라고 해도 배울 것이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고, 스승이라고 해서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한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 작가는 황 평론가가 스승이자 친구, 영혼의 멘토였다고 회상한다. 그는 언제나 빛나는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었지만 절대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고, 젊은이들보다 더 젊게, 또래 친구보다 더 거리낌 없이 아픈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따스한 친구였다고 했다.

두 사람은 플라톤의 《향연》처럼 아름다운 우정의 대화를 꿈꿨다. 하지만 황 평론가가 전립선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게 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둘은 편지로 끊어진 향연을 이어보고자 했다. 그때 나눈 황 평론가의 편지 4통과 정 작가의 편지 5통이 책에 실렸다. 정 작가는 “이 책은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나눈 아주 오랜 우정의 왈츠”라며 “내 능력이 닿지 못해, 선생님의 마지막 체력이 허락하지 못해, 그 수많은 우정의 대화들을 미처 다 갈무리하지 못한 것이 원통하다”고 아쉬워했다.

황 평론가는 연세대 철학과 졸업 후 20년 가까이 출판사 편집 일에 몸담았다. 1981년 ‘현실과 관념의 변증법-김광섭론’을 발표하며 비평에 입문해 30년 남짓 평론가로 활동했다. 2004년 《길 찾기, 길 만들기》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평론집과 저서를 남겼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