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신춘문예, 스토리를 품다
호모 사피엔스(지혜의 인간), 호포 파베르(도구의 인간), 호모 루덴스(유희의 인간) 등 인간을 특징짓는 용어는 많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야기하는 인간’, 즉 호모 나란스(Homo Narrans)다.

이야기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불과 언어를 사용하게 된 인간은 모닥불 앞에서 음식과 이야기를 즐기며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폈다.

어린 시절 화롯불 옆에서 즐겨 들었던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무료한 사막의 기나긴 밤을 달랬던 ‘아라비안 나이트’는 그런 역사의 연장이다. 이야기하는 존재였기에 호모 사피엔스가 찬란한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다고 분석하는 학자(유발 하라리)도 있다.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지식·정보, 의미를 확산하고 확대하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이 남긴 숙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지난 8일 TV쇼 부문 1위를 게임 기반 애니메이션 ‘아케인’에 내줬다.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에서 1억4000만 가구 이상이 시청하면서 지난 9월 23일부터 46일 동안 왕좌를 지켰다.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에서 모두 한 번 이상 1위를 차지했고 ‘퀸스갬빗’과 함께 넷플릭스에서 가장 오래 1위를 유지한 작품으로도 기록됐다.

오징어게임 시즌 2가 제작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작품의 감독과 극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이날 외신 인터뷰를 통해 “시즌2에 대해 너무나 많은 압박과 수요, 사랑이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며 “작품 구상 단계”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최대 글로벌 히트작이 된 오징어게임은 한국을 새로운 스토리 강국으로 주목받게 하고 있다. 다른 한국 드라마와 제작자에 대한 관심까지 덩달아 커졌다. 하지만 숙제도 남겼다. 오징어게임으로 넷플릭스는 막대한 이익을 챙겼지만 지식재산권(IP)을 넘겨준 탓에 감독과 제작사의 수익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스토리 산업의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미 국내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에 이어 애플TV플러스, 12일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플러스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경쟁을 넘어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들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처지다.

스토리 강자가 이긴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뛰어난 제작 역량, 튼튼한 자본과 함께 탄탄한 원천 스토리를 확보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2022 한경 신춘문예’에 스토리 부문을 신설한 배경이다. 콘텐츠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이야기의 힘’은 그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경은 경제지 최초로 신춘문예를 신설한 첫해부터 장편소설, 시와 함께 시나리오 및 게임스토리를 공모하며 스토리의 가치에 주목했다. 지금은 하나의 원천 스토리가 다양한 장르와 형식으로 활용되는 ‘OSMU(원소스 멀티유즈)’의 시대다. 영화, 드라마는 물론 웹툰, 웹소설, 공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될 창작 스토리를 기대하는 이유다.

신설된 스토리 부문에는 1등 3000만원을 포함해 4500만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장편소설(3000만원)과 시(500만원)보다 많다. 시, 소설과 달리 스토리 부문에는 신인과 기성 작가 모두 지원할 수 있다. 공동 창작인 경우 팀 단위로 작품을 내도 된다. 마감(11월 30일)이 20일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