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 몇시부터 열 수 있나요"…공무원도 뉴스보고 알았다고?
“공무원들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영업시간 지침을 제대로 모른다고 하면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합니까. 공무원이 뉴스 보고서야 알았다고 뒤늦게 답변하다니요.”

서울시 관악구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한모씨(41)는 이달 초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영업제한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담당 공무원이 “세부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답변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밤 12시까지 영업시간이 늘어난 건 알고 있었지만 몇 시부터 문을 열어도 되는지 확인이 필요했던 한씨는 결국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침 5시부터 가게를 열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달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이후 방역 지침이 일반 시민에게 원활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선 지자체 공무원이 잦은 방역 지침 변경과 쏟아지는 민원 탓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응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파티룸을 운영하는 양모씨는 “여러 지역에서 파티룸 세 개를 운영하는데,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영업시간과 수용 인원 등을 문의하니 구마다 답변이 달랐다”고 말했다. 양씨는 “중앙정부에서 ‘파티룸’에 대한 지침이 나오지 않아 유흥업종으로 분류해 안내해주는 공무원도 있었다”며 “공무원들이 제대로 응대해주지 않으니 현장에선 더 큰 혼란이 있다”고 말했다.

일선 공무원들은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기까지 시간이 걸려 즉각적인 민원 응대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지난달 15일 거리두기 개편안이 언론을 통해 발표된 뒤에도 지자체 공무원들은 나흘이 지나서야 공식 지침을 받았다. 새로운 거리두기 지침이 시행된 지 하루가 지난 시점이었다. 개편안 발표 전후로 지자체에는 자영업자와 시민들의 문의가 빗발쳤지만 공무원들은 이에 응대할 공식 자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광진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장모씨는 “새로 시행되는 방역 지침을 뉴스로 먼저 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민원인들이 ‘오늘 신문에서 읽었다’며 문의하는데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매번 상부에 문의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자체의 공무원은 “최종 지침이 내려오기 전에 자율적으로 판단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